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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중 상대가 알아듣지 못해 답답할 때 흔히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속담을 인용한다. 그러나 여기서 면장은 행정단위인 면의 최고 책임자가 아닌 ‘면면장(免面牆)’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면면장’은 공자가 아들에게 <시경>을 배우지 않으면 담장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서서(面牆)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식견이 좁고 답답해진다고 훈계했다는 이야기(<논어> ‘양화’)에서 나왔다. 따라서 이 속담은 “알아야 담벼락을 면하지”라는 의미로, 그 일을 하려면 관련된 학식과 능력을 충분히 갖춰야 함을 말한다. 이 ‘면면장’이 시간이 흐르면서 ‘면장’으로 바뀐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행정은 복잡하다. 주민의 요구가 많아 민원은 늘 폭주한다. 이러한 요구사항을 모르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읍·면·동은 담장이 되고 만다. 읍·면·동장은 물론 구성원 모두가 담장을 넘기 위한 실력을 기르고 규정 때문에 해결이 안 되면 차선책을 제시하여 ‘면면장’해야 한다. 또한 시·군·구, 광역 시·도 역시 자리에 안주하지 말고 모두 면면장이 되어 지역 발전에 힘써야 할 것이다.
면면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주민의 역량이 강화된 모습의 사회단체, 시민단체에서도 나타나야 한다. 면면장에 걸맞게 그 지역의 대표나 구성원도 함께 노력하고 재능기부를 하는 풍토를 조성하여 따뜻한 공동체로서 면면장의 역할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의 이슈로 등장한 부동산 대책, 일자리 대책, 코로나19 대책에서 공무원들이 ‘면면장’을 하는 모습도 기대한다.
이와 같이 자주 사용하는 문구도 하나하나 파헤쳐보면 새로운 의미를 터득하게 된다. 배우지 않으면 청춘도 노년이 된다.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자.
김덕중 일반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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