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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이 출소한다는 소식을 듣고 국민들은 불안해했다. 그리고 두려워했다. 그러자 정부는 여러 정책을 쏟아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이번엔 조두순이 현재 거주지에서 딴 곳으로 이사를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사 지역 주민들이 결사반대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하나? 더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조두순보다 심각한 성범죄자가 오늘도 출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지역 주민들의 분노는 정부 대책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정당한 분노이고, 지역 주민들의 불안 또한 내 주변 가족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합리적인 불안이다. 이러한 분노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답을 제시하여야 한다. 답은 ‘어떻게’라는 질문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에서 찾아야 한다. ‘어떻게’에서 답을 찾으면 미봉책만 나온다. ‘왜’에서 찾아야 근본적인 답이 나온다.

현재 성범죄 출소자 대책은 “어떻게 하면 재범을 막을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다. 보통은 성범죄를 범한 출소자에게 보호관찰, 전자발찌 부착 명령, 성범죄자 신상을 고지·공개하고 있다. 이것만으로 재범을 막기 부족한 경우엔 1 대 1 전자감독, 특별준수사항 부과, 지역 경찰과의 협력체계 구축, 지역 CCTV 추가 등의 대책이 마련된다. 하나하나 정책을 뜯어보면 출소자의 재범 위험성을 낮추는 대책이 아니다. 출소자 행동을 통제하는 대책이다. 그러므로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지역에 물적 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이사 가는 지역마다 또 물적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미봉책이다. 

질문을 바꾸어 해 보자 “왜 지역 주민들은 분노하고 불안해할까”에 대한 답이다. 의외로 간단하고 명료하다. 재범의 위험성이 여전히 높은 수형자들이 출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출소 후 재범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치료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출소자에게 할 수 있는 치료 정책 중 하나인 성충동약물치료는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발생한다. “도대체 수형기간 중 교정당국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러한 이유에서 “성범죄자 재범 위험성을 낮추지 못한 교정제도는 실패했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교정의 실패가 아니라 현 교정 제도가 가지는 태생적 한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교정에 응보라는 요소를 뺄 수 없다. 그러므로 교정은 범죄자에게 죗값을 치르게 함과 동시에 교화를 진행해야 한다. 또 수많은 성범죄자의 형량이 각각 다르다. 그리고 교화의 정도도 다 다르다. 그런데 형기는 정해져 있다. 형기 만료일에 교화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붙잡아 둘 제도가 없다. 형기 만료일에 사회로 나가야 한다.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출소자가 세상으로 나오는 한 국민의 정당한 분노와 합리적 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출소 후 치료대책 마련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다. 다만 출소 후 재범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치료대책은 절대 이중구속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적어도 치료시설의 주무부처는 보건복지부가 되어야 하고, 종사자도 시회학자, 심리학자, 교육학자, 의사로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시설도 종래의 교도소와 완전히 달라야 한다. 

법조인이 한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뭘 어렵게 출소 후 치료제도 도입을 주장하십니까? 이중처벌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면 되지요”라고 하면서 “복잡다기한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극악한 흉악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선 현재 30년인 유기형 상한은 너무 낮습니다. 유기형 상한을 50년으로 올리면 깔끔하게 해결됩니다.” 무서웠다. 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말이다. 수형자는 자신의 형벌에 재범의 위험성이 포함된 지도 모르고 50년이 넘는 수형생활을 하는 그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출소 후 치료처우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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