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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기간 동안 단칼에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 참 기뻤다. “입만 열면 4차 산업혁명 이야기하는 안철수는 4차 산업혁명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다. 4차 산업혁명은 실업자를 대량생산하는 산업이다. 국가의 주도적 대비가 필요한 이유이다.” 얼마나 좋던지…. 안철수 후보가 자기만 잘 알고 있는 세계인 양 TV 토론에서 주야장천 ‘4차 산업혁명’ 얘기하는 게 참 듣기 싫던 차였는데 팟캐스트에서 도올 김용욱이 이렇게 속시원하게 발언해 주니 좋았다. 역시 ‘우리 시대 최고의 석학 도올다운 명석한 해석’이라며 박수를 쳤다.

그렇다. 누구의 발언이든 간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있다. 누구보다 우리 아이들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긴 상황 속에서 그 끝을 알 수 없는 빈곤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상상하면 끔찍하다.

어린이들이 풀들을 바라보며 숲길을 걷고 있다. 자연은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생활 방식으로 둔화된 인간의 감각을 다시 일깨워주는 놀라운 회복력을 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인간의 희망은 오히려 자연에 있을지 모른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실제로 경제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고 전망하는가 하면 모든 사람이 비정규직화되어 기업이 필요할 때 잠시 일을 하다가, 필요 없을 때는 집에서 실직 상태로 쉬는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암울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 때문에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는 상황 속에 처해질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LBS(런던비즈니스스쿨)의 코스타스 마카 교수 같은 전문 석학은 “현재 18세인 아이들이 40세가 됐을 때는 평균적으로 10~14개의 직업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때문에 아이들 키우는 부모들 걱정이 크다. 살던 대로 사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도대체 내 아이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환영받을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로 어떻게 키운다는 말인가? 여기저기 뒤져봐도 뾰족한 해법이 안 보인다는 하소연 속에서 ‘내 아이 창의융합형 인재로 키우기’를 내 건 이런저런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걸로 안다. 하지만 진정 그런 책을 읽으면 문제가 해결될까? 혹시 그런 식의 제목을 내건 책들은 안철수식 말로만 하는 ‘새 정치’ 같은 게 아닐까?

내가 추천하는 책은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이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가 소개하듯 ‘자동 기계 같은 아이를 키우는 걸 막아주는 1인치 두께의 경고서’일 뿐만 아니라 미래 시대에 걸맞은 ‘창의성과 융합성이 뛰어난 행복한 인재 키우기’를 위한 ‘희망서’라고 나는 소개하고 싶다.

우리 세대 대부분은 자연에서 뛰놀면서 상상력의 축복을 받으며 자라났다. 하지만 오늘날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학교와 학원에 갔다가 그 나머지 시간엔 컴퓨터와 게임기, 텔레비전 앞에서 사는 세대(행복을 모두 남이나 기계에 맡겨버린다는 점에서)가 됐다.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은 바로 그 사태가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얼마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것인지 먼저 알려주는 책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자연은 아주 작은 미물처럼 보이는 것일지라도 있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나 자신보다 거대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불완전하게 완전한 세계랄까? 그 속에서 아이는 편안하다. 노력하지 않고 무언가에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그 안에 있으면 정서장애가 있는 아이라도 금방 평정심을 되찾게 되고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자연계의 일부분으로서의 편안한 자존감과 호기심, 모험심을 갖게 된다.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은 자연이 가진 그 특별한 힘을 우리에게 다시금 강렬하게 환기시켜 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또한 자연은 어떤 것이라도 창조해낼 수 있는 원천 재료와 가능성이 넘쳐나는 곳이기에 그 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아이는 스스로 자기 손으로 이것저것 융합해 보며 놀이하듯이 매우 창의적인 시도들을 해 볼 수도 있다는 점은 얼마나 또 희망적인가? 마치 알을 품은 에디슨이 나중에 전기를 발명할 생각을 하듯이 기존에 있던 것을 융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을 갖게 된다고 할까?

아무리 훌륭한 전자장비라도 인간의 모든 감각을 동시에 일깨워 줄 수 없다. 하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다. 편의주의 혹은 전자화된 생활 방식에 둔화된 인간의 감각을 다시 일깨워 주는 놀라운 회복력이 자연 속에 있다. 게다가 컴퓨터로 못하는 일,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해야만 하는 고전적인 일들이 자연 속에는 널려 있다. 바로 그 속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인간의 희망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컴퓨터나 인공 지능 로봇이 못하는 일을 배우기 위해 우리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셈이다.

그나저나 다시 안철수로 돌아가면 그 모든 저열하기 짝이 없는 정치적 퇴행이 다 자기 잘못이라며 왜 구태여 정치계를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는지 모르겠다. 걸핏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라고 스스로 치켜세우던 그가 혹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는 걸까? 그러게, 내 참…. 네팔까지는 못 가더라도 연구실을 뛰쳐나가 동네 야산에서라도 마음을 추스르고 치유를 얻고 비굴하지 않게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법을 배웠어야지, 쯧쯧.

김경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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