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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데이터 회사가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해 선거에 활용한 사건이 보도됐다. 페이스북 등 데이터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에 논란이 붙었다. 이용자들이 동의했다지만 이용자들은 정치 선전에 활용하라고 동의한 것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라 불리는 데이터.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의 논리와 자신의 데이터가 곧 ‘개인정보’이자 ‘사생활’인 개인들이 정보를 보호하고자 하는 논리가 부딪친다.

2016년 6월 박근혜 정부는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개인정보에 가명화·익명화·범주화 등 비식별 조치를 하면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간주하고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이를 활용·유통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을 우회해 개인정보를 유통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는 지적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가 ‘빅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모색하기 위한 개인정보 비식별 처리 기술 세미나’를 열었다. 이 민감한 시기, 정부가 직접 나서서 ‘안전한’ ‘활용’이라는 병립되기 어려운 가치를 내세운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이라는 딜레마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비식별 조치’ 대신 ‘익명처리’ ‘가명처리’로 용어를 통일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또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해커톤 끝장 토론에서도 ‘비식별 처리’라는 모호한 용어 대신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로 구분해 정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시연회에서는 정작 ‘비식별’ 정보를 만드는 기술만 강조했을 뿐이다. 더구나 최근 금융위원회, 방통위, 과기정통부 등이 관련 권한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사활을 건다는 얘기도 들린다.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가장 기본적인 해커톤 합의 내용도 지키지 않고 있다면 오해라고 할까. 그리고 하나 더. 부처 간 헤게모니 다툼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쪽은 누구일까.

<임아영 |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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