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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종근 방송인

반에서 1등 하는 학생과 꼴찌 하는 학생이 하굣길에 나란히 떡집 앞에 섰다. 1등 하는 학생은 “저 떡은 ‘콩이 박혔네, 이 떡은 맛이 없겠어”하고 분석만 하고 꼴찌 하는 학생은 “와~ 맛있겠다. 엄마 사다 줘야지”하고 떡을 샀다.

여러분의 자녀는 어느 쪽일까. 혹은 어느 쪽이기를 바라시는지. 고 2인 필자의 아들 재민이는 후자에 속한다. 적당히 공부 못하고 하굣길에 붕어빵이나 호떡을 자주 사오는 걸 보면 분명 후자에 속하고 나는 그런 아들이 좋다.

가끔은 ‘도대체 자식 하나 둔 죄로 신경 쓸 게 몇 가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도 있다. 내가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아빠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녀교육을 위해 학군 따라 이사하겠다는 생각도 없고, 아이를 외국에 유학 보내고 기러기 아빠로 살겠다는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I 출처:경향DB

내 아들로 태어난 이상 그냥 아빠가 만족해 하는 동네에 살면서 주어진 여건에 맞춰 사는 것이 제 팔자라고 생각하는 나다. 다행히 이 생각은 아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내와 차이점은 딱 하나 ‘공부’다.

나는 내 아들이 공부 못하는 데 대해 별 불만이 없다. 그냥 지금처럼 착하고 반듯한 아이로만 자라주면 만족이다. 그런데 아내는 죽어도 공부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해야 좋은 직장, 좋은 친구, 좋은 신붓감이 생긴다고 애를 다그친다.

그런데 재민이는 공부가 정말 싫단다. 30분 이상 책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아이다. 몇 년 전부터 TV출연(SBS <붕어빵>)하면서 녀석이 살을 빼기 시작했는데 3개월 동안 14㎏을 줄였다. 정말 지독한 녀석이었고, 공부만으로 전체를 판단한 것이 미안해졌다. 하지만 녀석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성적만 강조한다.

다들 공부 잘하는 아이로만 만들어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그냥 아이들이 세상에 소풍 나온 것처럼 성적에 허덕이지 않고 편안하게 인성을 키워주면 안될까. 다만 아이들의 인성은 책상 앞에서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많이 보고 체험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가 그러한 인프라와 정책을 갖고 있다면 아이들 인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오는 25일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제12회 국제교육도시연합 세계총회’는 뜻깊다. ‘녹색환경, 창조적 교육’을 주제로 전 세계 환경과 교육 도시의 모범사례들을 공유하는 행사라고 한다. 아이들의 인성과 환경을 지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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