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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주 영어교육컨설턴트

며느리가 시댁에 갔다. 여든이 넘으신 시어머니가 장을 보기 위해 여러 가지 살 것들을 적어 놓았다. 그런데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쪽지를 받은 순간 깜짝 놀랐다. tangle, dried laver, mackerel, radish 1, cucumber 3, ginger.

“이게 뭐람?” 며느리는 오히려 시어머니에게 영어 단어를 여쭤봐야 했다. 위의 단어는 다시마, 김, 고등어, 무 1개, 오이 3개, 생강이라는 뜻이다.

이 이야기는 청주노인복지마을에서 영어 동아리를 운영하는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인데 여든 넘으신 시어머니의 실제 이야기다. 그 선생님은 80대 중반이지만 거의 10년 동안 어르신들을 위해 영어 동아리를 운영하시는 인기 만점의 영어 강사이다. 일흔이 넘은 학생들이 “Young Brother!(젊은 오빠!)”라고 부른다.

 

충남 대술면 주민센터에서 열린 문해교실 수업에 출석한 노인 학생들 I 출처:경향DB

필자는 그 선생님의 영어 수업에 참석하면서 예순, 일흔 심지어 아흔살이 넘으신 어르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시는지 새삼 느끼게 됐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영어를 배우신다는 어르신들의 영어 실력도 대단했다. 해외에서 간단한 회화 정도는 문제없다고 하는 어르신, 10년 동안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한 어르신들이 필자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활동적인 시니어 교사와 학생들을 보더라도 100세 시대를 넘어 150세를 바라보는 이 시대에 전문적인 ‘시니어 리더’가 많이 양성돼야 한다. 노년사회학을 연구한 해비거스트의 활동이론에 따르면 어르신들은 사회활동에 많이 참여할수록 심리적으로나 생활면에서 만족도가 높다.

영어교육 측면에서 시니어 리더를 양성하려면 첫째, 어르신들 중에 영어를 잘하는 분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체계적이고 현대화된 교수를 위해 정규적으로 연수가 필요하다.

둘째, 어르신들에게 영어를 배운 후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도와 줄 수 있는 기회,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어 주는 스토리텔링 교사의 기회 등이다.

셋째, 청소년들에게 강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청소년들에게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 어르신들이 시니어 리더로서 자기를 계발하고 세대 간 소통의 역할을 하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콧대 높은 며느리도 부러워할 정도로 어르신들이 자신감을 지니고 더욱 행복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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