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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서둘러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수업시간은 이미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갔고 실외체육활동 때 마스크도 벗었다. 2학기에는 수학여행을 가는 학교들도 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학교는 코로나 이전으로 무작정 돌아가기만 하면 될까?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의 일상이 완전히 달라진 경험을 했는데 학교는 그 속에서 배운 점은 없었던 것일까?

학교는 팬데믹 기간 동안 학교의 근본적인 기능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멈추는 경험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의 본질과 부가적인 것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드러났다. 교육부의 사업, 교육지원청의 역점사업이나 외부기관이 요청해온 미술대회나 행사는 모두 멈추었다. 학교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온 힘을 집중하였다.

학교는 팬데믹 기간 동안 버린 것도 있지만 새롭게 집중하고 얻은 것도 있다. 2년이 넘게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며 교사들 간의 협업을 경험했다. 처음 해보는 온라인 수업 자료를 만들기 위해 초등교사들은 과목을 나누어 수업자료를 제작했다. 교육부가 제공하는 공공학습관리시스템을 사용하는 방법도 배웠다. 줌이나 구글 클래스, 영상 편집기능을 익히고 전 세계에서 개발한 다양한 온라인 학습도구와 평가도구를 사용해 보았다. 교사들은 매일같이 모여 다음날 학생들이 보게 될 온라인 수업을 서로 시연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학교의 모든 행정은 교사들의 온라인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원했다. 학급의 아이들이 전원 등교하지 않고 학급의 5분의 1 등교, 3분의 1 등교를 통해 소규모 학생 수업의 장점도 경험했다. 학교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급식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위험한 상황에서도 수업 시간을 조정해서 아이들의 급식이 실시되었다. 방과후학교는 멈추었지만 급식은 멈추지 않았다.

팬데믹 이후에도 학교에 세 가지는 꼭 남겼으면 한다. 첫째는 자치적인 학교교육과정 운영이다. 학교가 만드는 교육과정이 학교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국가에서 요구하는 역점사업이나 선출직 교육감이 자신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요구하는 모든 사업에 대해 학교 구성원이 합의를 통해 거부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교육지원청이나 지자체나 각종 단체들의 행사 협조도 학교의 필요에 의해서만 선택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의 모든 행정력은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행정조직은 교사들을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교사 협력의 경험을 지속해야 한다. 교사는 학급에서 혹은 교과별로 개별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사들이 서로 협력할 때 다양하고 새로운 교육이 가능하다. 팬데믹 기간은 수업 연구에 집단지성이 발휘될 때 어떤 시너지가 생기는지 충분히 경험한 시간이었다. 교사들이 다시 개별화되고 고립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 교육청, 교육부는 교사의 협력이 지속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 번째는 공개와 연결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통해 사실 매일의 수업이 학부모들에게 공개되었다. 음향의 문제가 있지만 온라인 수업 공개의 가능성은 충분히 경험했다. 야간 학부모 수업 공개보다 온라인 학부모 공개 수업이 더 많은 참여율을 보였다.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기에는 지금의 노하우가 너무나 아깝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연수나 회의가 오프라인 연수의 한계를 극복한 경험도 소중하다. 온라인 직무연수나 회의를 통해 다양한 지역이 연결되고 이동시간을 줄이고 학교 수업의 결손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그 과정을 통해 학교가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면 학교조직은 혁신이나 변화를 만들 수 없는 조직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이전으로 돌아가기에 급급하지 말고 학교, 교육청, 교육부가 이 기간 동안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신중하게 구성원들과 이야기해야 한다. 학교 단위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학교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것과 돌아가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고 교육청은 학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교육감이 자신의 역점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결정을 어떻게 실행할지 고민하는, 꿈 같은 일이 생기길 소망해 본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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