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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는 외부에 나타난 현상보다 병의 원인, 본질을 찾는다. 그래야 바른 처방, 치유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사드 배치 관련, 혼란스러운 현상을 보면 북한 비핵화나 변화 유도라는 정책적 목표, 나아가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본질 문제를 망각하고 있지 않나 심히 우려된다.

4차례에 걸친 핵실험, 올해만도 십여 차례에 걸친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행태, 즉 현상에 초점을 맞춰 해결책을 찾으려다 보면 사드 1개 포대가 아니라 금모으기 운동을 다시 해서라도 한반도 전역을 커버하는 추가 사드 배치는 물론 우리도 핵무기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집착의 본질적 이유를 체제안전 담보를 위한 수단으로 판단한다면 그 해결책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1970년대 초까지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의 두려움 속에 반공을 국시로 삼고 자주국방을 외치며 핵개발까지 추진했던 것을 생각해보자. 1980년대 동구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90년대 초 자신들의 혈맹인 중국, 소련이 한국과 수교하는 것을 지켜보는 북한의 심정은 어땠을까. 지금 남북 간 경제력의 격차는 40배, 국방비는 남한이 10배 이상을 사용하는 상황, 더욱이 매년 강해지는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불안감은 북한을 더욱 핵 억지력에 집착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역사 속에서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은, 1992년 김용순 노동당 비서의 미국 방문 시 캔터 미 국무부 차관과의 협상에서 핵개발 포기와 북·미수교를 교환하자는 제의를 미국이 무시하면서 제1차 핵위기가 촉발됐다는 사실,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시 김정일 위원장의 핵개발 포기, 주한미군 존재 가능, 개혁·개방에 대한 진취적 발언, 그리고 올해 7차 당대회 이후 대남 군사회담 제안과 북한 언론의 핵-한·미 군사훈련 연계 논의,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핵문제-평화협정 동시 논의 주장 등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 자체를 목표로 함이 아니라 체제안보를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한마디로 북한 비핵화는 우리가 하기에 따라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포용정책 한계를 논하면서 압박, 제재를 통한 북한의 핵 포기와 정상국가화를 추진했던 9년 가까운 정책 또한 한계를 보이고 있음을 인정하자.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로써는 자신들의 체제안전을 담보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남쪽과 대화로써 출구를 마련하고 싶어 한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어쩌면 금년 들어 일련의 군사적 도발은 대화를 희망하는 절규에 가까운 호소일지도 모른다.

북한은 적이면서도 미래에 함께 살아야 할 동포라는 이중적 성격, 그래서 균형적인 사고와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약처방을 포함, 대북 제재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 사드 배치 등 우리의 강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 표출은 이제 충분하다고 본다. 이젠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찾을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감안한 스포츠 교류, 북한의 절박한 의료 사정을 고려한 인도적 지원사업, 그리고 학술, 종교 등 민간교류의 작은 만남을 통해 남북 간 화해무드를 만들어감이 어떨까. 압박과 제재, 대결구도 속에서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통일의 꿈, 비전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들거나 비관에 빠져들게 하는, 가장 귀한 가치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면 해결책이 보일 것이다.

감정과 정치적 명분을 떠나 현재의 국익과 민족의 미래를 내다보며 용기 있는 결단을 해야 한다. 정부의 민간교류에 대한 긍정적 의지 표출은 분명 북한 당국의 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만나야 한다. 그래도 우린 다시 만나야 한다. 그들은 남이 아니지 않은가.

이성원 |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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