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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삭공구 ⓒ이영준

기계를 만드는 기계를 공작기계(machine tool)라고 한다. 선반(旋盤, lathe), 드릴(drill), 밀링(milling) 머신 등의 공작기계가 있다. 선반은 둥근 재료를 회전시키며 깎고, 밀링 머신은 평면을 깎는다. 그리고 드릴은 구멍을 뚫는 데 쓰인다. 이들 기계들의 공통점은 쇠를 깎는다는 것인데, 쇠, 즉 강철은 대단히 튼튼한 물건이다.

그렇다면 쇠를 깎는 쇠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쇠를 깎는 날부분인 절삭공구는 코발트, 티타늄, 탄화탄탈륨 등의 금속을 합금하여 만든다. 그런데 절삭공구도 깎아서 만드는 걸까? 그렇다면 절삭공구를 깎는 공구는 무엇일까? 아니면 깎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을 쓰는 걸까?

역시 예상대로 완전히 다른 방법이 쓰인다. 그것은 소결(燒結, sintering)이라는 방법인데, 이는 분말상태의 금속을 녹는점보다 약간 아래의 온도까지 가열하는 공법이다. 그러면 완전히 녹는 온도보다 꽤 낮은 온도에서 고체 반응에 의해 고체 입자들이 서로 결합한다. 그렇게 결합된 입자들은 대단히 강한 금속재료를 이루게 된다.

물론 소결로 얻어진 절삭공구를 더 정밀하게 만들기 위해 최후로 가공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그것은 금속보다 단단한 물질로 표면을 깎아 다듬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다이아몬드다. 공업용 다이아몬드로 절삭공구의 표면을 다듬어 원하는 정밀한 형상을 얻는다. 그런데 절삭공구는 형상도, 재질도 수도 없이 많다. 깎을 대상 재료의 특성에 따라 다른 절삭공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재료를 깎다보면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 때문에 절삭공구가 약해지거나 마모될 수 있으므로 열에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재료가 되는 물질과 화학적으로 반응해서는 안 된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킨 절삭공구가 오늘도 공장에서 우리 삶에 필요한 수많은 물건들을 깎고 있다.

<이영준 기계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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