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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세먼지가 온 나라를 뒤덮었을 때 이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나라의 안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부에서 각종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솔직히 만만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국제기구를 만들어 국제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발상은 의미가 있지만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은 아닐 겁니다.

교통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노후차량 교체, 혼잡통행료 부과, 대중교통 확충 등의 정책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노후차량 교체’는 적게는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필요합니다. 혼잡통행료 부과는 서울시가 전문가와 수십년간 논의했지만 시행상의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대중교통 확충 또한 많은 정부 재원과 오랜 기간이 필요합니다. 

'미세먼지 저감 나부터 시민실천활동 자전거 홍보 캠페인' 기자회견에서 녹색자전거봉사단연합 회원과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당장에 할 수 있는 효과적 정책은 무엇일까요? 자전거 이용률을 확 늘리는 것이 큰 재원 부담 없이 당장에 할 수 있는 미세먼지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네덜란드는 자전거 천국입니다. 수도인 암스테르담은 시민의 40~50%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합니다. 보통의 북유럽 도시들의 직장인 중 20~30%는 자전거로 출퇴근합니다. 우리나라 도시의 교통시스템을 이들 나라처럼 자전거 중심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면 교통으로 인한 미세먼지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획기적인 자전거 정책의 출발점을 세종시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자전거 인프라를 갖추었고 정부 기관이 많아 협조를 구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출퇴근 시 세종시 자전거 이용률은 2%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이미 가구당 1.2대의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고 주차장도 무료입니다. 이것 외에도 날씨가 변덕스럽고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립니다. 그러니 굳이 승용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자전거 인프라를 대폭 확충한 이명박 정부의 자전거 정책이 크게 호응을 받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큰 결단이 필요합니다. 저는 ‘자전거 출퇴근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정부가 앞장서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국민 세금으로 인센티브를 줄 수 없으니 세종시의 모든 공공기관 주차장을 유료화하여 인센티브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지요. 

무료이던 공공기관 주차장을 유료화하면 승용차 이용 의지가 꺾일 것이고 인센티브를 주면 자전거 이용에 대한 의지가 훨씬 강해질 겁니다. 실제 분석 결과, 월 6만~7만원 정도의 자전거 인센티브를 주는 것만으로도 승용차 이용자의 20~30%를 자전거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문제는 정책의 시행입니다. 세종시의 중앙부처 중 힘 있는 기관이 반대하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총리님이 나서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범적인 행정수도를 지향하는 세종시를 자전거 메카로 만들어 모범을 보이겠다”는 총리님의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세종시를 자전거 중심도시로 성공시킨다면 다른 도시로의 전파는 순식간에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이고 쉬운 길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성낙문 | 한국교통연구원 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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