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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가정법원 이혼조정위원이다. 이혼율이 점점 높아지는 현실을 반영하듯 끊임없이 새로운 사연으로 이혼을 원하는 부부를 만나고 있다.

부부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서로간의 이해와 공감이다. 그런데 요즘 ‘소통의 부재’가 과연 재판상 이혼의 사유가 될 것인지가 화두가 되고 있다. 소통이라는 것은 상호적인 것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가정생활은 사회의 가장 작은 구성단위로서 어디까지나 사회생활인 것이다. 소통이 없다면 사회생활은 그야말로 고통이 되는 것이고, 이것은 가정생활에서 먼저 드러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이혼은 원칙적 유책주의이다. 즉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만약,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원한다면 상대방 배우자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충분한 보상과 설득을 통해 협의 이혼만 가능하고 법원을 통한 재판상 이혼은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는 재판상 이혼만을 인정하고, 협의 이혼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소통의 부재로 이혼을 청구하는 사건이 종종 있다. 아내는 이혼을 원하는데, 남편이 이혼을 거부하는 사건들이 주로 그렇다. 아내는 이미 부부간 소통 부재로 인해 신뢰관계가 무너졌으며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파탄에 이르게 되어 이혼을 청구했다는데, 남편은 전혀 이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중 한 사건은 고교 동창으로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한 부부의 이야기다. 결혼 후 아내는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러다 혼인 생활 10년 만에 경력단절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다시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서 점점 집안일에 소홀해졌다. 말다툼 끝에 남편이 아내에게 “이 집에서 당장 나가”라고 했다. 남편의 말대로 아내는 며칠 후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갔고,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남편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아내가 가출을 하여 오히려 부부동거의무를 저버리고 있으며, 다툼은 있었지만 이혼에 이를 정도가 아니었고, 단 한 번도 이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혼인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건은 이렇다. 남편과 아내는 4~5년간 연애생활 끝에 결혼을 했지만, 맞벌이 부부로서 자녀의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부부간에 대화가 줄어들었다. 그 후 남편이 직장에서 실직했는데 남편은 ‘아내가 나를 무능력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한다’며 아내와의 의사소통을 모두 단절한 채로 지냈다. 아내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고 그야말로 대화가 단절된 상태로 한집에서 2년 가까이 지낸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교통사고가 발생해 남편에게 급히 연락을 했으나 남편은 평소처럼 아내의 연락을 무시했다. 이로 인해 아내는 충격을 받고,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부부간의 신뢰관계가 깨졌다며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소통과 공감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산소와도 같다. 인간으로서 숨을 쉬고 살기 위해서는 이해와 소통이 필요하다. 결혼율을 높이면서 이혼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통과 공감’이라는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신유진 | LNC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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