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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3일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부대 사령관을 사망케 한 미군 드론 공격으로 새로운 중동전 위험성이 우려된다. 이란은 그의 죽음을 순교로 애도하며 즉각적으로 대미 보복에 나섰다. 지난 8일 이란군은 이라크 내 미군기지 두 곳을 미사일로 타격했다. 그리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미 대사관을 포함해 각국 공관이 소재한 바그다드 그린존을 타깃으로 삼아 또다시 로켓공격을 감행했다. 이란이 보복반격을 해올 경우 ‘불균형적’ 방식으로 군사공격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가 무색해졌다. 더욱이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 2곳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군사적 보복이 아닌 추가 경제제재 카드를 내민 후에 일어난 이란군의 그린존 로켓공격은 트럼프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란은 대대적인 대미 보복전에 나설 것임을 공식화하고 핵합의를 폐기할 것임을 선언했다. 그럼에도 이란의 행태는 일견 냉정히 계산된 모습을 보인다. 백악관을 공격하자는 분노가 비대했지만 비례적 보복을 강조한 최고지도자의 지시와 뒤이은 일련의 외교적·군사적 행위는 사뭇 절제돼 있기 때문이다. 상황 악화 조짐은 농후하나, 향후 이란 정규군이 직접 대규모 보복전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크라이나 민간항공기 오인 격추로 인해 군에 대한 이란 국민의 신뢰와 지지도 하락 국면이다. 과거처럼 친이란 세력에 의한 대리전으로 반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도 기존 엄포와는 달리 수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양국 공히 결정적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는 한, 당장 선제타격이나 확전으로 사태를 몰고갈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국 정부는 지난해 미국 요청에 따라 오는 2월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에 청해부대를 파견하기로 했다. 호위연합체에 연락장교도 이미 파견한 상태다. 

단계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상선과 유조선 엄호를 위해 호위연합체와 별개로 청해부대 독자 파견을 우선 고려해볼 수 있다. 동맹국 요청에 답하고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한 차선책이다. 한·미동맹을 고려해 정부도 이 안을 염두에 둔 듯하다. 만약 해협 봉쇄 등으로 사태가 전면전 상황으로 악화, 미국의 강력한 파병 요청이 있으면 전투함에 앞서 병원선이나 소해함을 호위연합체에 파견하는 방안이 있다. 물론 추가적 파병은 호주·일본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의 파병 상황을 전제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태가 악화되어 미국 중심의 다국적군이 창설될 경우라도 이들의 입장을 살피며 대처하자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 간 일대일 전쟁에 우리 군이 동맹이라는 틀 안에 묶여 무리하게 개입할 경우 국민적 저항 또한 만만찮을 것이다. 그렇다고 외교수장의 답변처럼 미국과 이란을 동일선상에 놓아 미국과 우리의 입장이 같을 수 없다는 식의 전략적이지 못한 말을 해서는 곤란하다. 지난 70년 미국의 전략적 셈이 어떻든 과거 미국 젊은이들이 피를 흘려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데 앞장섰고, 지금은 국방수권법(NDAA)까지 제정하며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를 법제화한 동맹국 아닌가?

한·미동맹의 기본 정신을 존중하되 국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해상수송로를 통한 원유 및 가스 수송로 확보, 자유 항해 보장 및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어느 국가든 함정 파견은 명분도 있고 국제적으로 용인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일도 정부의 몫이다.

<고성윤 |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전 국방연구원 현안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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