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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주에서 이틀간 52개 학회, 80개 기관이 참석하는 제2회 대한민국 국가비전회의가 열렸다. ‘혁신적 포용국가와 균형발전’이란 주제로 열린 이 학술대회에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제반 문제 해결방안이 논의됐다. ‘사회적 대타협의 길’이란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김부겸 장관은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지방분권과 자생발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지방재정 확충과 국세이양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GDP의 50%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역발전 재정확보는 쉽지 않다.

그 대안은 재생에너지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그동안 지역발전이 늦어진 인구 저밀도 지역에 유리한 조건이다. 제주지역의 경우 풍력 273MW와 태양광 160MW로 전체 전력수요의 절반을 감당하는 수준까지 와있다. 2030년에 2350MW로 풍력발전이 늘면 전력에너지 자립도 가능해진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생산된 재생에너지 수익의 17%가 지역사회로 환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역여론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경사가 급한 산지를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부지가 충분하다. 2017년 국내 전력소비량 534TWh 전부를 태양광발전으로 충당한다고 했을 때 국토면적의 3.5%면 된다. 임야를 제외하더라도 가용한 농지가 국토면적의 16%다. 이 부지에 영농형 태양광발전을 하면, 농업 생산량은 20% 감소하지만 태양광발전으로 소득이 10배 정도 늘어난다. 전체 농지의 27%가 그 수혜 대상이다. 앞으로 태양광발전 효율이 2배 정도로 늘어나면 필요한 부지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원전 4기 용량의 새만금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4GW 조성을 계기로 해상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형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는 제품을 만들 때 100%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구글, 애플 같은 RE100 기업 유치에 안성맞춤이다. 서해안과 남해안에는 새만금지역과 같이 수심이 낮고 넓은 해상부지가 20여개로, 총면적은 국토의 4.4% 정도다. 이 부지의 절반만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해도 전체 국내 전력소비량을 충당할 수 있다.

현 시가로 2050년까지 연간 6조원씩 186조원을 투자하면 250GW의 해상 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건설된다. 그러면 연간 326TWh를 발전해 1kWh당 100원이라고 하면 약 33조원의 발전 소득이 생긴다. 일자리도 지역 중심으로 250만개가 창출된다. 6년이면 투자비가 회수되고, 25년간 안정적인 지방재정이 확보된다. 이는 주민 1인당 연간 1000만원씩 330만명에게 지급할 수 있는 예산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된다. 우리나라는 2017년에 123조원의 에너지를 수입했다. 석탄, 가스, 유류, 원자력 등 전력생산용 연료 수입액만 20조원이다. 시설비, 인건비, 금융비용을 포함한 한전의 전력구입비 기준으로는 42조원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면 모두 절감될 비용이다. 만성적인 에너지 수입국가가 에너지 자립국가로 나아가는 것이다. 에너지안보 강화로 국제정치 영향에서도 그만큼 자유로워지게 된다.

에너지수입국이던 독일은 2018년에 전력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40%로 올렸고 프랑스에 남는 전기를 수출하게 됐다. 2050년에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바꿀 계획이다. 우리도 전력 수요가 연간 800TWh로 늘고 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면, 필요부지는 국토면적의 5% 이하다. 농지와 해상 가용부지 합이 20%가 넘기 때문에 연간 80조원 규모의 제한된 전력시장을 놓고 4대 1 경쟁이 불가피하다.

올해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새로운 해상 재생에너지단지 발굴에 나선다. 11개 광역시·도가 참여 의향을 밝혀온 상태다. 이 중에서 3개 지역을 선정하여 개발 경제성, 환경 영향, 주민 수용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해당 시·도는 RE100 기업 유치 및 지역 일자리 창출과 함께 연간 10조원대의 안정적 지방재정을 확충할 좋은 기회를 갖게 된다. 진정한 지방자치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열 핵심 열쇠는 재생에너지인 것이다.

<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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