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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완공됐다. 1980년대는 대한민국의 고도성장기였다. 바다를 막아 산업화와 경제성장에 필요한 담수를 확보해 보자는 게 낙동강 하굿둑이 건립된 이유였다. 하굿둑이 없었던 당시 낙동강 일대는 취수원 확보가 쉽지 않았다. 바닷물이 강 상류로 유입되며 염분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부산 사하구와 강서구를 가로지르는 낙동강 하굿둑은 총연장 2230m 규모이다. 하굿둑이 들어서며 낙동강 상류까지 들어오던 해수 유입은 차단됐다. 덕분에 낙동강 일대는 연간 7억5000만㎥의 생활용수와 농·공업 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굿둑이 건설된 지 34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며 시대의 흐름이 바뀌었다. 개발의 시대는 저물고 환경의 시대가 새롭게 떠올랐다. 특히 기후변화와 생태위기가 심화하며 환경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 하구의 자연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게 됐다. 하굿둑을 통해 얻는 효용보다 생태복원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낙동강 하구의 생명력이 급속히 회복되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라졌던 연어가 회귀하고 농어와 뱀장어 같은 어종이 증가하며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 이처럼 낙동강이 다시 생명력을 회복하게 된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막힌 둑을 열어 강과 바다가 순환한 결과다.

강과 바다가 순환하게 된 것은 정부가 2017년 ‘낙동강 하굿둑 시범 수문 개방’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부터다. 정부는 환경과 성장 모두를 고려한 새로운 통합 물관리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지난해까지 3차례 수문 개방 실증실험을 추진했다. 정부의 실증실험에 이어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등은 관계기관과 하구통합운영센터를 꾸리고 올해 4차례 하굿둑 개방 시범운영을 추가 진행했다. 시범운영 결과 생태복원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수문 개방 이후 기수 생태계가 몰라보게 회복됐다. 상류에는 자취를 감췄던 뱀장어가 나타났고, 숭어도 모습을 드러냈다. 학꽁치와 점농어 등 다양한 어종도 등장했다. 농업에 있어서 염분이 미치는 유의미한 영향도 관찰되지 않았다. 지역사회도 이러한 변화를 반겼다. 어촌사랑협회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수문 개방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며 “물도 좋아지고 없던 물고기도 올라오고 있는 게 대번에 표가 난다”고 말했다.

낙동강 하구의 자연성이 회복되며 세계의 시선도 쏠리고 있다. 지난 10월 부산에서 열린 2021 국제하구심포지엄은 글로벌 하구 복원 모델로 낙동강의 위상을 높이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제 낙동강 하구는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세계적인 시험무대가 됐다. 다시 생명이 넘치는 공간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면, 산업화 시대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성장의 길이 열릴 것이다. K-water는 낙동강 하구 복원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고 세계를 이롭게 하는 역사적 과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박재현 |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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