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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대만 지방선거와 함께 10개의 국민투표가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제16호 ‘전기산업법’ 제95조 제1항의 ‘2025년까지 모든 원자로 가동중지’를 명시한 법률조항(이하 ‘2025 탈원전 조항’) 폐기에 관련된 내용이 있었다. 투표 결과 찬성 589만표, 반대 401만표로 가결되었다. 이를 두고, 한국 언론에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많이 포함된 것을 발견하였고 이 글을 통해 바로잡고자 한다.

‘2025 탈원전 조항’이 폐기되더라도,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이나, 신규 원전(4호기)의 추가건설을 위해서는 행정권에 의한 정치적 결정을 비롯한 다양한 관문을 거쳐야 한다. 대만 현행 법률에서는 원전의 가동기한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운영 허가만료 5~15년 전에 신청을 제출하여야 하는데 1호기와 2호기 모두 연장 신청기한을 넘긴 상태로, 연장 신청을 제출할 수 없다. 따라서 ‘2025 탈원전 조항’이 폐지되더라도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이나 신규원전 건설은 이루어질 수 없다. 

국민투표 가결 후, 원전 3기가 위치한 지방 정부에서는 계속운전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각 원전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한 데다 지리적으로 활성단층에 위치해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차이잉원 총통은 지방 정부의 의사와 방사성폐기물의 처리 문제 등을 이유로 ‘2025 탈원전 조항’은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폐지하지만, ‘집권 여당의 원전제로 목표 불변’ 입장을 유지하고 에너지구조 전환과 관련, 기존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2025 탈원전 조항’ 폐기가 통과된 배경을 살펴보면 첫째, 2025년까지 단계적 탈원전 및 2025년까지 3분의 2 수준으로 화력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20% 늘리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던 중 각 원자력발전소에서 개별적으로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에 원전이 가동 중지되면서 예비전력량이 부족해지는 바람에 전력수급이 불안해진 이유이다. 보수언론들은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부족 사태가 발생하였다며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둘째는 작년에 발생하였던 ‘8·15 정전사태’이다. 사건 발생 후 언론들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였다고 보도하였고 또한 한국 언론들에서도 그렇게 보도된 사실을 알고 있다. 이 글을 빌려 정중하게 해당 내용은 잘못된 오해임을 알리고자 한다. ‘8·15 정전사태’가 발생한 진짜 원인은 현장 직원이 실수로 천연가스 공급 밸브를 차단하였는데, 해당 밸브는 리스크 분산을 위한 설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데 있다. 인위적인 실수로 4000MW의 천연가스 발전소 6기에 대한 가스 공급이 중단되어 발전을 멈추었고 대규모의 정전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대만 정부에서 정식 조사보고를 통해 해당 사실을 공식적으로 규명하였다. 이후 대만 전력공사의 임원들도 솔직하게 밝히기를 상기와 같은 대규모 전력 중단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모든 원자로를 풀가동하더라도 시스템에서는 정전을 피할 수 없다고 하였다.

대만과 한국의 에너지 상황은 비슷하기도 하고 상당히 다른 부분도 많다. 따라서 에너지 구조의 개혁 과정은 상이한 수요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리스크가 높은 원자력 발전과 오염이 심각한 화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두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재생에너지와 관련 에너지 효율개선 기술은 세계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탈원전과 탈화력 발전의 기회는 눈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목표에 가까울수록 도전은 더 많아지기에 시스템 개혁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대만에 있는 우리는 앞으로도 도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또한 한국과도 에너지전환을 위해 상호 교류 및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함께 동아시아 에너지 구조 전환을 실현하고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를 실현할 수 있길 희망한다.

<홍선한 | 대만 녹색공민행동 연맹 사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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