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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에 자리하고 있는 발안 1호 근린공원에 가끔 가는 편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 공원을 옴뿌리산공원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무들이 우거진 야트막한 언덕 주변으로 산책로가 있어, 주민이 즐겨 찾는 아담하고 아름다운 공원이다. 도심 속에 이 같은 휴식공간이 있어 숨을 쉬고 길을 걷는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공원 일부는 내년 7월이 되면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도시의 허파, 공원이 사라진다”는 제목의 뉴스를 접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공원일몰제 때문이다. 공원일몰제란 무엇이고, 왜 최근 들어 뉴스에 자주 나오는 걸까? 

도로, 학교, 공원과 같은 기반시설을 도시계획시설이라고 한다. 시·도지사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한 부지에서는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지자체가 그 부지를 매입해 시설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자체가 결정만 해놓고 시설을 만들지 않는다면? 토지 소유자 입장에서는 언제 내 땅을 사갈지도 알 수 없고 하염없이 재산권을 침해받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1999년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00년 7월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한 대로 20년 동안 시설을 만들지 않으면 그 결정이 효력을 잃는 것으로 법이 개정되었다. 즉 지자체가 공원으로 결정하고 20년간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그 효력이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공원일몰제다. 내년 7월이면 20년 넘게 집행 못한 공원 부지의 효력이 상실되는데, 전국적으로 그 면적이 축구장 5만개에 해당하는 340㎢에 달한다.

실제 동네 뒷동산이나 산책로도 알고 보면 미집행 공원 부지인 경우가 많다. 발안 공원도 이런 경우다. 공원 부지는 집행을 하지 않더라도 주민들이 사실상 공원처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원 결정 효력이 사라지면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 토지 소유자가 더 이상 주민들을 출입할 수 없게 막을 수도 있고, 난개발로 인해 한여름 도시의 온도를 낮춰주고 소중한 산소를 제공해주는 녹지가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공원일몰제에 대응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함께 지난달 ‘장기 미집행 공원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의 목표는 내년 7월 이후에도 340㎢의 공원 부지를 최대한 지금처럼 공원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우선 반드시 공원으로 만들 필요가 있는 부지 130㎢를 우선관리지역으로 선별했다. 지자체는 내년 7월까지 남은 1년 안에 우선관리지역의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을 통해 제값을 치르고 부지를 매입할 계획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가 공원 조성 목적으로 지방채를 발행하는 경우 그 이자를 최대 70%까지 지원하고, 지자체가 토지은행을 활용해 공원 조성에 소요되는 비용을 조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공원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지자체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공원을 만드는 방안도 마련했다. 90㎢에 달하는 국공유지는 내년 7월이 지나도 그대로 공원 부지로서 효력을 유지해 중장기적으로 공원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남은 120㎢는 공원의 효력을 상실하지만 다양한 관리수단을 통해 최대한 공원의 기능을 유지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우리 당과 정부, 지자체 그리고 환경단체가 의견을 모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 대책 내용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고, 이번 대책만으로 장기 미집행 공원 문제가 모두 해소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장기 미집행 공원은 개인의 사적재산권 보호와 공원 조성을 통한 공익 달성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다. 신중한 접근과 공론이 필요한 문제다. 이번 대책을 내오는 데 머리를 맞댄 국회와 정부는 물론 지자체, 공공기관, 시민·환경사회는 언제든 또 만나 논의해야 한다. 테이블에 도시 공원의 미래와 우리 아이들의 삶을 올려 놓고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 도시의 허파를 지켜 나가기 위한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해 계속 논의해야 한다. 

한 자락 넓혀 나가지는 못할지라도 지금 있는 ‘도시 공원’을 지켜 나가는 일,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작고 단단한’ 의무다. 사람이 도시 공원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도시 공원이 우리를 지킨다. 우리를 살게 한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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