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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는 아버지가 밀랍으로 만들어준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서 크레타섬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고 밀랍으로 만든 날개로 하늘 높이 날다, 태양과 가까워지면서 결국 날개가 녹아 바다로 추락하고 만다. 어쩌면 우리는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녹고 있는 밀랍 날개로 하늘을 날고 있는 상태일지 모른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00년 이후 ‘가장 뜨거운 해’를 매년 맞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전 지구 평균기온이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최근 4년(2015~2018년)이 전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해 1~4위로 나타났다.

수치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2018년 한 해 동안 가장 춥고 가장 무더웠던 계절을 겪으며 기후변화를 몸소 체감했다.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강한 한파로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낮은 최저기온을 기록했고 여름에는 장기간 폭염 발생으로 최고기온 최고치를 경신(41도, 홍천)하는 등 극한의 기온 변화를 보였다. 또한 최근 들어 이례적으로 태풍 2개(솔릭, 콩레이)가 연이어 한반도에 상륙하여 많은 비를 뿌리는 것을 경험하며 기후변화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전 세계 기후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의한 이상기후가 이례적인 모습으로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지난해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회의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채택되었다. 이 보고서는 애초 목표로 삼던 2도 상승으로는 지구를 안전하게 지킬 수 없음을 인정하고, 서둘러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의 적극적인 감축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2100년 해수면 상승폭을 지구온난화 2도보다 1.5도에서 10㎝ 낮출 수 있고, 1000만명이 해수면 상승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것이며, 동식물이 서식지를 잃을 확률을 2분의 1로 줄일 것이다. 아울러 이상기후 현상은 건강, 생계, 식량과 물 공급, 인간 안보 및 경제 성장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0.5도 하향된 지구온난화 목표는 심각한 물 부족에 노출되는 총인구비율이 최대 50% 감소할 정도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기상기구는 2019년 ‘세계 기상의 날’ 주제를 ‘태양, 지구 그리고 날씨’로 정했다. 세계기상기구는 매년 3월23일을 ‘세계 기상의 날’로 정하고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세계 각국의 기상청과 함께 이날을 기념한다.

태양은 지난 45억년 동안 하루, 한 시간, 일 초의 시간도 멈추지 않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에너지원을 제공하며 날씨와 해류의 변화, 물의 순환을 일으켜 인류가 지속하게 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위성관측 결과에 따르면 태양에너지의 양은 변화하지 않고 있으나,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간 활동에 의한 결과로 인간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상기후’라는 지구의 경고를 눈으로 보고 있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는다면 점점 높아지는 온도와 함께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단 이카로스처럼 추락하고 말 것이다. 자연도 인간도 변화에는 관성이 있다. 지금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변화의 속도가 바로 늦춰지는 것은 아니므로, 지금 당장 우리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김종석 |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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