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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도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서울시가 내놓은 무료대중교통정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나는 한 번 시행하는 데 약 50억원이 소요된다는 버스, 지하철 무료 운행 예산의 출처가 서울시의 재난관리기금이라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미세먼지 나쁨 경보가 있는 날 외출을 해본 사람은 동의할 것이다. 회색도시 서울은 우리 모두의 재난이며, 미세먼지 문제 대책은 우리 공동체의 재난대책이라는 것을.

문제는 무료대중교통정책을 교통량 감소와 효과적으로 연계시키는 것이다. 사실 이는 공공재의 역설이라는 이름으로 경제학자들이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문제이다. 미세먼지 나쁨 경보가 발령되는 그날 아침, 누가 자신의 편안한 자가용이 아니라 버스로, 지하철로 발길을 옮길 것인가? 무료대중교통정책은 공공재인 공기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개인의 아침 출근길 안락함을 하루만 양보하기를 기대하는 작은 경제적 인센티브이다.

17일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에서 바라본 거리가 미세먼지에 뿌옇게 덮여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서울과 경기의 1㎥당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는 91㎍(마이크로그램)으로, ‘매우 나쁨’(일평균 101㎍ 이상)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이날 서울·인천·경기 지역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권도현 기자

하지만 최근 세 번에 걸친 ‘공짜 대중교통’의 교통량 감소효과는 서울시 전체 교통량의 2%가량 감소에 머물렀다. 정책의도에 비해 성과가 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무료교통정책의 교통량 감소효과를 개선할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최근 사회 연결망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개인 인센티브에 기반을 둔 정책입안에 전혀 새로운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경제적 유인책을 다수 대중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배포하기보다는 개인이 속해있는 집단의 사회적 연결을 이용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당일 아침 대중교통으로 바꿔 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정보는 박원순 시장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가족, 친지, 직장동료, 친구들이 가지고 있다. 이들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사회 연결망을 이용하는 정책의 요지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경보 당일 대중교통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추첨하는 무료 복권을 1차로 카카오톡과 같은 SNS상에 배포할 수 있다. 그러고는 복권을 받은 사람들에게 그 복권을 “당신이 생각하기에 서울시의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대중교통으로 바꿔 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에게 전달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대중교통을 실제로 이용한 당사자가 복권에 당첨되는 경우 해당시민을 추천한 지인들 역시 못지않은 금액의 보상을 받기로 하면, 이러한 추천과정의 정확성은 더 높아진다. 이런 전달과정이 몇 번 반복되면 무작위 시민이 아니라, 무료대중교통을 이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민들의 사회적 연결집단이 구성된다.

관련 연구는 사회 연결망에 내재하는 정보를 이용하여 구성한 연결집단이 대중의 행동을 하나의 목표로 이끄는 데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보건관계당국이 AIDS를 방지하기 위해 피임기구를 나누어주는 경우, 특정 당사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이 피임기구가 가장 필요할 만한 사람에게 전달해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경우 그 효과가 배가하였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MIT의 미디어렙에서는 인터넷상에서 필요한 특정 정보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가장 빨리 찾아내기 위해 “가장 이 정보를 알고 있을 만할 사람을 추천해주세요”라고 부탁하고 추천인과 최종 정보제공자에게 모두 복권을 제공하여 정보탐색 속도를 현격히 단축하는 실험을 시행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사회 연결망에 기반을 둔 연결집단은 한 명의 개인은 알 수 없는 정보를 ‘대중의 지혜(wisdom of crowds)’를 활용하여 수집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센티브를 그 개인을 추천해준 지인 혹은 두 사람이 속한 집단으로부터의 사회적 압력으로 배가시키기도 한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출근길 아침, 큰딸아이에게, 직장동료에게, 또는 고등학교 동창에게 받은 대중교통이용 대상자 무료 복권은 대중매체의 어떤 무작위 캠페인보다 훨씬 그 효과가 높을 것이다.

미세먼지는 특정 정치인들의 선거이슈가 아니며,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재난이다. 장기적으로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공장과 경유차량 감소, 전기차 확대에 힘써야 할 것이다. 자동차 의무 2부제 역시 시행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곧 다시 찾아올 미세먼지 경보 발령에 무료대중교통제도가 다시 시행된다면 그때는 우리 공동체에 내재해 있는 대중의 지혜를 활용해보는 것이 어떨까? 게다가 우리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보기술(IT)과 SNS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나는 우리 사회가 그에 걸맞은 공동체 의식 역시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공동체 내의 연결구조를 활용하는 적절한 정책개입이 무료대중교통정책의 교통량 감소효과를 크게 증대시켜줄지도 모른다.

<박선현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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