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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부끄러운 고백을 하겠다. 난 내가 평소 맛있게 먹었던 한우가, 삼겹살이 당연한 줄 알았다. 먹을 줄만 알았지 축산농가들이 평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들게 가축을 키우고 고생하는 줄 몰랐다. 가격 폭락이나 축사 문제로 힘들다는 기사를 봤을 때도 별 생각이 없었다. 사회에 무관심한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랬다. 이 자리를 빌려 축산농민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먼저 전한다.

평창 한우버거가 소위 ‘대박’이 났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과연 다음 올림픽 때도, 월드컵 때도 우리 축산물이, 우리 축산물로 만든 음식들이 국민들에게 사랑받을까?

현재 상황이라면 안심할 수 없다. 현재 축산농가의 최대 화두인 미허가 축사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축산의 기반이 흔들릴 것이다.

소고기의 경우 자급률이 40% 내외를 유지하고 있으나, 앞으로 더욱 떨어져 식량안보를 위협할 것이다.

축산농가들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가축분뇨법)에 따라 올해 3월24일까지 적법화를 하지 않는다면 미허가 축사 4만6211곳 중 20.4%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축산을 접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로부터 가축분뇨법을 포함하여 26개 법률의 규제를 받는 축산업 허가 또는 등록을 완료하고, 가축분뇨처리시설을 갖춘 대다수 농가가 위헌의 소지가 많은 개정 법률에 의해 새로이 허가 대상이 된 것이다. ‘축산대란’이라는 말도, ‘축산붕괴’라는 말도 부족하지 않은 수치다.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축산농가들은 지금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런 대란을 막고자 노력 중이다. 여의도에서 1만여 농가가 모여 억울함을 호소했으며, 지금도 이 추위에 환경부와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도 벌이고 있다. 이런 문제를 일으킨 근원인 가축분뇨법의 위헌 여부 심판도 지난 2일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변호사로서 필자가 보기에 가축분뇨법은 여러 문제가 있다.

먼저, 개정 법률의 배출시설에 대한 거리 제한은 기본권의 본질적 사항인데도 법률로 규정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백지위임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법률유보의 원칙 위배이다.

두 번째, 기존에 축산업을 합법적으로 영위하고 있던 농가까지 2015년 가축분뇨법 개정으로 가축분뇨법에 따른 허가·신고를 하도록 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했다. 법 개정의 기초가 된 정부 연구용역은 대부분 환경 관련 연구기관만 참여했으며,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축산농가의 의견은 충분히 듣지도 않았고 기본권 침해가 명백함에도 충분한 설명 절차도 생략했다. 법률적인 관점으로 바라본 문제점이 이 정도니 축산농가들이 억울하지 않을 리가 없다.

입법을 포함한 국가의 모든 작용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이 공익을 위하여 기본권을 부득이하게 제한할 때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은 침해해서는 안되고 제한을 하더라도 여러 이익을 정당하게 형량하여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축산농가들의 수고로움으로 국내산 축산물을 안전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지금은 우리 헌법이, 그리고 우리 국민이 축산농가들에 응답해야 할 때이다.

<한경주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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