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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24일 첫 남북 자원개발 협력사업인 북한 정촌흑연광산의 흑연이 인천항을 통해 반입됐다.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리 흑연광산에서 2007년 4월부터 생산된 흑연제품 200t이 23일 오후 북한 남포항을 출발해 24일 오후 인천항에 도착했다. 북한산 흑연은 인천항과 남포항을 정기 운항하는 국양해운 소속 트레이드 포춘호 4000t급에 실려 반입됐다. 참여정부 시절 대한광업진흥공사(현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03년부터 추진해온 정촌흑연광산 개발사업을 2007년 4월부터 정상 가동시켜 생산된 양의 일부인 200t을 국내 처음 반입했다.

북한 흑연광산개발은 2003년 7월 광물자원공사와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가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후 이듬해인 2004년 3월 착공을 시작해 2006년 4월 우리 기술로 가공공장을 준공한 후 2007년 4월부터 생산을 시작한 남북 간 최초 공동개발 광산이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분 50%를 취득하는 대가로 60억원을 현물로 출자했다. 이후 생산제품은 2007년 550t, 2010년 300t 등 모두 850t이 인천항을 통해 반입됐다. 남북경제협력은 2007년 10월4일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한 지하자원 공동개발이 시발점이었다. 남북 간 첫 자원협력사업인 흑연광물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금도 중국, 일본 등지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만약 남북 간 합작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북한산 흑연이 국내로 들어오면 국내 인상흑연 수요량의 약 15%를 대체할 수 있다. 흑연제품은 주로 제철, 제강 등의 용광로 부재료로 사용된다.

광물자원공사가 만든 북한 광물자원현황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성 있는 부존광종은 모두 42종이며 이 중 금 2000t(남한 43t), 구리 290만t(남한 5만1000t), 아연 2110만t(남한 51만5000t), 철광석 50억t(남한 4100만t), 마그네사이트 60억t(남한 0) 등 대부분의 광물이 남한을 압도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좀처럼 잘 풀리지 않는 근본 원인의 하나로 경직된 북한 태도를 꼽을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유연한 자세를 보이지 않는 지난 우리 정부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남북관계는 특수한 관계다. 북한은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운명일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북한을 압박하더라도 대화의 문은 열어 놓아야 한다. 제재가 대북 정책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 하더라도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돌파구는 남북 간 경제협력이다. 5·24 대북제재조치를 당장 풀 수는 없더라도 남북 경제협력사업 승인 등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다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 광물자원개발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는 산업원료나 광물의 공급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또 통일을 위해서라도 북한경제가 살아나야 하고 남북 간 산업이 균형을 이루려면 선행돼야 하는 사업이 자원개발이다. 지금 막혀 있는 남북 간 대화를 위해 북측에 자원개발을 얘기해보자. 아마도 예상 밖의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강천구 |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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