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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새 정부 들어 촛불민심이 지적하던 적폐청산의 청신호가 들린다. 환경 분야에서도 그동안 문제가 됐던 4대강 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와 더불어 복원사업 추진 의지가 보인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가 환경부의 위상 제고와 원자력안전위의 개혁을 주문하고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본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및 노후원전 폐로를 통한 ‘40년 후 원전제로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 정부의 ‘탈핵에너지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선 국민과 소통하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첫째, 오는 18일 부산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에 들어가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탈핵에너지전환정책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폐로와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과 부산시 등 지자체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칭 ‘원전지역소통위원회’를 만들어 폐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대선 공약에서와 같이 ‘원자력안전협의회’를 원전입지 지역에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금까지 원전당국의 필요에 의해 일방적, 형식적으로 제공해온 관행에서 벗어나 지역주민의 신뢰를 얻는 첫걸음이다. 이와 함께 이날 부·울·경 지역주민들의 요구와 지진 및 다수호기(한곳에 원전을 밀집해서 짓는 것) 문제를 무시하고 졸속허가를 받아 강행하고 있는 신고리5, 6호기의 건설 중지 의지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매몰비용과 관련해서는 최근 대만의 유사한 탈핵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의 건설현장을 원자력안전박물관이나 재생가능에너지타운으로 대체하는 방안 등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월성1호기, 고리2~4호기, 한빛1, 2호기, 한울1, 2호기 등 노후원전의 폐로에 대한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사용후핵연료처리장 부지 선정 문제 해결방안도 찾아야 한다. 진정한 폐로는 지역재생을 통한 지역복원이자 지역경제의 재생에 있다.

둘째, 원전 안전과 관련된 규제기관의 개혁과 원전 안전을 담보할 인사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무엇보다 ‘원자력진흥·홍보위원회’로 전락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규제위원회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원전진흥 전력이 있는 인사는 원안위에서 원천 배제하고, 여야 동수의 상임위원을 배정하며, 원전입지 지자체 추천 비상임위원을 포함하되, 상임위원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한다. 또한 원안위 사무국도 일본과 같이 환경부 산하의 원자력규제청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고려함 직하다. 원자력문화재단도 원자력 안전에 대한 홍보·교육을 중시하는 원자력안전문화재단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감독부서의 낙하산 인사를 막아야 한다. 과거 지식경제부 2차관이 한수원 사장으로 임명된 잘못된 관행을 더 이상 허용해선 안된다. 원전비리에 대한 처벌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방비리 이상으로 엄하게 다뤄야 한다.

셋째,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그간 원전에 올인한 정책에서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 2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에너지믹스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한 수치목표의 달성이 아니라 기후변화, 미세먼지 대응은 물론 지역산업 및 일자리의 종합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RPS)의 문제점을 발전차액지원제(FIT)의 재도입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관련해선 도농복합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에너지농업을 추진하거나 신재생에너지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그린전력증서제도의 도입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전력의 불안정성에 따른 질관리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단순한 양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역에너지생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탈핵에너지전환정책은 국민과의 소통이 열쇠이다. 에너지절약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요구된다. 산업전기의 낮은 요금제와 가정용 전기의 누진제를 현실화해야 한다. 이해자 및 전문가집단이 분야별 위원회를 만들어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국민에게 공개하는 대국민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 독일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한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수개월간 찬반 논의한 것을 TV를 통해 11시간 생중계하고 여론 수렴 후 내각에서 8시간 토의를 거쳐 탈핵을 결정했다. 우리도 이제부터 이런 방식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최근 국민정책제안 플랫폼 ‘광화문 1번가’를 열었다. 단순한 개별의견 수렴이 아니라 분야별 ‘위원회’를 만들어 ‘정반합’을 구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김해창 | 경성대 교수·건설환경도시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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