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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는 리더십 문제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부실 등 다수의 위험 발생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사회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각종 권력 주변에 깜냥이 안되는 수 많은 무리들이 득세하고 부조리가 만연하여 계층이 분열되고 사회적으로 불신 비용이 막대해지고 있다.

최근 실시한 직장인 집단 인터뷰를 통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좋은 리더의 특징은 ‘자기 한계를 인정하고, 구성원을 존중하며, 본인에 대한 평가를 감정적으로 듣지 않는다’였다. 즉 타인에 대해 관대하고 본인에 대해서는 겸손한 열린 자세가 직장인들이 바라는 리더십이다. ‘겸손하지 않은 권력은 위험하다’는 금언도 있다.

근래 들어 우리 사회에는 ‘땅콩회항’으로 대표되는 갑질문화가 자주 이슈화되고 있다. 대림산업 부회장의 운전기사 상습 폭언·폭행,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품 구입을 강요한 남양유업의 갑질,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전방위적인 안하무인격 갑질까지 타인에 대한 관대함이나 본인에 대한 겸손함이 결핍된 사례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기업문화는 가부장적인 유교적 전통문화에 기반을 둔 상명하복이 지배하면서 소통이 부재하는 등 과거지향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이처럼 과거의 산물인 상명하복 기업문화는 과거 직장인에 비해 열린 소통과 개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의 특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 중의 하나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들이 모범을 보이며 의무를 다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장 유명한 사례 가운데 하나가 ‘칼레의 시민’이다. 이는 14세기 영국왕 에드워드 3세가 프랑스 칼레를 점령한 뒤 지도자급 인사 6명의 목숨을 저항의 대가로 내놓으라고 요구했을 때 칼레의 명망가들이 보인 행동에 관한 것이다. 지도자급 인사 6명의 목숨을 내놓으면 나머지 시민들을 살려주겠다는 에드워드 3세의 요구에 칼레의 최고 부자 생피에르를 비롯해 명망가들이 아무런 조건없이 죽음의 길을 자청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뎅이 이들이 보여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념하기 위해 ‘칼레의 시민’이라는 청동상을 남겨 더욱 유명해졌다. 역사적으로 영국, 미국 등 많은 국가들에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경주 최부자, 유한양행의 유일한 박사 외에는 그다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계층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 중 하나인데, 갈수록 특권의식과 갑질문화가 만연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치적 불안정, 경제적 위기, 남북한 대립 등 총체적 난국을 맞이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리더십이 절실하다.

최대영 | 유한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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