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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회에서 열린 민생 물가 점검 당정협의는 미봉책만 제시된 채 끝났다. 설 때 전국의 밥상머리에서 민심이 분노할 것을 우려한 듯 순간만 모면해 보려는 꼼수가 나왔다. 솟구치는 물가로 허덕이는 시민과 달리 당정의 위기감은 찾아볼 수 없다.

민생 물가 점검 당정협의에서는 계란, 무, 배추는 출하량을 늘리고 라면, 콩기름 등은 가격을 누르는 대증요법만 논의됐다. 부정청탁·금품수수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령도 명절 때 일시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 가격 제한을 풀어 돈을 돌리겠다는 의도다. 배가 아픈데 원인은 따지지 않은 채 소화제만 주는 격이다. 부동산 폭등, 자영업자 부채 증가, 전 연령대 실업 문제 등 근본적인 위기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가 시급한 현안을 소수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과만 논의한 것도 적절치 않다. 바른정당이 쪼개져 나간 새누리당 의원은 99명으로, 국회 전체 정수의 33%에 불과하다. 내용도 형식도 부실한 협의로 뛰는 물가를 잡을 수 있겠는가. 그나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별다른 공식 일정이 없는데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튼튼한 경제'란 주제로 열린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5개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권한대행의 최근 행보는 안일해 보이기까지 한다. 외교·안보, 특히 북한 때리기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입장 고수 등 시민과 국회를 설득하지 않고 그저 강경한 입장만 유지하면 되는 보수적 의제만 붙잡고 있다. 그제 황 권한대행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만찬장 분위기도 위기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황 권한대행을 지지하는 여론이 10%가 넘는다’는 한담이 나왔다고 한다. 황 권한대행은 “여야 정치권 협조 없이 국민안정을 절대 꾀할 수 없다”고 했지만, 정작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는지 의문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입만 열면 되뇌던 “민생 최우선”보다 당명을 바꾸고 당 로고와 색깔을 교체하는 신장개업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러고도 정부와 여당이라고 자임할 수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가기 전까지인 향후 수개월이 고꾸라지는 민생과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는 20일엔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다각적인 위기의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정치권과 정부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야당에 협조를 구하고, 멈춰 서 있는 여·야·정 협의체를 즉각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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