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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한 결과, 최종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40여년 가까이 사회적 갈등을 빚어온 설악산 케이블카 논란에 드디어 그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설악산은 우리나라의 뛰어난 자연·생태계와 수려한 경관을 대표하는 민족의 영산 중 하나이다. 그 특별함에 걸맞게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으며 특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녹색목록(Green list)에 등재돼 있는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보호지역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인터넷 검색창에 ‘설악산’을 입력하면 그 연관 검색어에 ‘케이블카’가 먼저 나타난다. 설악의 이름이 케이블카에 덮여 설악 비경의 진수라 일컫는 울산바위, 공룡능선, 토왕성폭포 등이 가려진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케이블카 관광지는 스위스 알프스이다. 남한 면적의 절반도 안되는 나라에 약 2500개나 되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융프라우, 루체른 등 세계적인 케이블카 관광지가 즐비하고, 해마다 3200만명이 방문한다니 언뜻 들으면 부러워할 만하다. 하지만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스위스도 자연·생태계의 가치가 뛰어난 스위스국립공원(Swiss National Park)에는 케이블카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즉, 스위스 사람들도 자연·생태계를 온전히 지켜야 할 곳은 확실히 지키면서 그 밖의 지역에서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31개 국립공원 중 12개 공원에 24개의 케이블카를 설치했다. 하지만 그 케이블카의 대부분이 1970년 이전에 설치된 것이고 최근 들어서는 새롭게 설치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대가 흐르면서 국립공원을 관광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세대를 위해 물려줘야 할 자연·생태계의 보고이자, 지속 가능한 이용의 대상으로 인식을 전환하게 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립공원 탐방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지난 4월 산악전문 잡지인 ‘월간 산’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설문 결과, 산 방문목적은 등산(48%)보다 트레킹(51%)이 더 많았다. 국립공원공단이 실시한 2017년 ‘국립공원 여가휴양 실태조사’ 결과 주된 동반 유형은 가족(40.1%), 친구·동료·연인(33%), 등산·산악회(14%) 순으로 나타난다. 방문동기도 ‘휴양·휴식·치유’ 목적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즉, 국립공원 탐방 트렌드가 종전의 ‘단체·관광 중심’에서 ‘가족·힐링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대신하여 지역 발전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질적 지원 사업은 국립공원을 둘러싼 새로운 트렌드를 바로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강원도의 뛰어난 자연·생태계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개발 사업은 단기적으로는 달콤해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쓴물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소모적인 갈등과 날선 공방은 거두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세계 최초로 알프스를 오른 등산가 앨버트 머머리는 설악산 케이블카 갈등을 일단락 지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말을 남겼다. “문제는 고도(Altitude)가 아니라 태도(Attitude)이다.” 설악산은 정상을 정복해야만 아름다운 산이 아니다. 산 정상만을 향했던 우리의 시선을 산 아래로 내려놓으면 어떨까? 설악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들에게 위안과 힐링의 손을 내밀고 있었다.

<조우 | 상지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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