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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은 수도권매립지의 서른 살 생일이다. 1992년 2월10일부터 쓰레기를 반입하면서 당시 경기 김포군 검단면과 인천 서구 백석동 주민들은 매립지의 악취와 먼지, 파리 등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았다. 쓰레기 운반 차량들도 부실해서 덮개 없이 쓰레기를 싣고 달릴 때마다 악취, 먼지는 물론 음식물 폐수까지 흘려 피해를 주었다. 참다 못해 김포와 인천 시민들은 매립지 정문 앞에서 집회와 농성을 계속하며 쓰레기 반입을 차단했다.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가 곳곳에 쌓이고 수도권 쓰레기 대란은 한 달여 동안 계속됐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쓰레기 분리수거와 종량제봉투 제도는 이때 도입되었다. 주민감시 제도와 주민지원사업을 규정한 폐기물시설촉진법도 이때 제정되었다.

수도권매립지의 악취와 먼지는 이제 환경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당일 매립 당일 복토’ 원칙에 따라 매립장에 쓰레기가 보이지 않고,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와 음식물 폐수로 바이오가스와 전기를 생산하면서 악취와 먼지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공사 내 자원순환기술연구소 전문 인력들이 고농도의 난분해성 침출수 문제를 해결하고, 쓰레기로 에너지를 생산해 부대수익까지 거둘 수 있게 한 연구·개발의 성과다.

수도권매립지의 환경 상태는 바로 옆에 신축 중인 4800가구의 아파트 단지가 대변해준다. 46만평의 부지에 6400만t의 쓰레기를 매립한 제1매립장은 36홀의 골프장으로 변신했다. 연탄재 매립지 위에 조성한 14만평의 야생화공원은 2019년 한 해에 32만명의 시민들이 방문했다.

수도권매립지는 이제 아시아, 남미, 중동의 개발도상국들이 위생 매립과 에너지 생산 기술을 벤치마킹하러 오는 시설이다. 이렇게 세계적인 시설로 발전시킨 요인은 기술의 발전이다. 악취와 먼지가 발생하는 기피시설에서 전기와 가스를 생산하는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했다.

오늘의 수도권매립지가 있게 한 원동력은 주민들의 희생과 협력이다. 주민들은 매립 초기의 악취와 먼지, 소음 피해를 참고 견뎠을 뿐만 아니라, 폐기물시설촉진법이 정한 주민지원협의체 위원과 수도권매립지공사법이 정한 운영위원회 위원으로서 26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쓰레기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협력했다. 문제를 지적하는 주민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주민으로, 집회와 시위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주민환경운동의 지평을 크게 넓혔다.

지난해부터 시행하는 공공폐자원시설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민들이 공공 폐기물 시설에 투자하고 배당받는 주주 제도를 도입했다. 주민·인천시·공사가 함께 투자하고, 운영하며, 발전하는 삼위일체의 시너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주민들의 희생과 협력에 감사하며, 탄소중립사회를 선도하는 수도권매립지가 환경특별시 인천의 랜드마크로 우뚝 서는 그날을 소망한다.

신창현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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