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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이 동장군을 물리치고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봄을 맞아 분주해지지만 국내 소고기 시장은 아직도 찬바람이 쌩쌩 분다. 지난달에는 2016년 소고기 자급률이 13년 만에 40% 아래로 떨어졌다는 내용의 기사가 연일 보도되었다. 2003년 36.3%를 기록한 이후 13년 만에 소고기 자급률 40%가 붕괴된 것이다. 국산 소고기를 먹는 사람이 10명 중 채 4명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소비자들이 경기 침체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소고기를 많이 찾는 데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여파로 한우 소비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와중에 수입 소고기가 우리나라 소고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더욱 아쉬운 점은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에 치고 들어오는 수입 소고기에 대항할 수 있는 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미비와 소비자 인식 부족 등의 이유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산 소고기는 한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산 소고기 자원은 한우와 육우로 나뉜다. 육우는 우유소로 이용되는 홀스타인종 가운데 우유를 짜는 암소가 아닌 수소를 칭하며, 송아지 때부터 한우와 같은 환경과 방식을 통해 전문 고기소로 사육되므로 수명이 다 된 우유소를 도축한 젖소고기와는 다르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정육 코너에 미국산 소고기. 연합뉴스
육우는 한우에 비해 성장기간이 짧기 때문에 육질이 연하고 지방이 적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또 성장기간이 짧기 때문에 사육비가 적게 들고, 같은 등급 한우에 비해 값이 30~40% 저렴하다.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비육해 품질과 안전성이 보장되고 쇠고기 이력 추적도 가능하다. 수입 소고기 같은 경우 대부분 냉동상태로 유통되는 데 비해 육우는 한우와 같이 짧은 유통기간으로 인해 신선함이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소고기 등급제는 모든 소고기에 적용된다. 즉 육우 1등급은 한우 1등급과 품질이 같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우와 같은 품질에 가격은 30~40% 저렴한 육우고기는 흔히 말하는 ‘가성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으로, 수입 소고기와 충분히 경쟁할 만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소고기 시장에서 육우고기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선 두 가지 선결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로 육우농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육우의 육질 향상과 사육비용 절감을 통해 더욱 좋은 품질과 저렴한 육우고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농가의 노력에 더해 관련 기관과 정부의 정책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둘째로 육우산업의 발전과 육우 소비 촉진을 위해 새로운 육우 브랜드를 창출하고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가성비 좋은 국산 소고기인 육우고기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육우고기가 곧 젖소고기라는 편견과 잘못된 인식을 고치고, 가성비가 좋은 고품질 소고기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결과제 해결을 위해 육우자조금위원회는 육우의 새로운 명칭을 만들어 소비자의 오해를 줄이고 올바른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매진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국산약우(國産若牛·국산 어린소)’라는 명칭으로 육우의 저지방, 안전성을 내세우며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 더불어 ‘식탁의 정번(食卓の定番)’이라 칭하며 값싸고 안전하기 때문에 언제나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고기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적 사랑을 받는 육우가 되도록 소비자가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전히 육우산업은 한우에 비해 산업 기초시스템, 관련 단체, 관련 연구기관 등이 부족하다. 육우산업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육질 차별화, 생산비 절감을 위한 생산자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올해 진행되는 육우의 새로운 명칭 프로젝트가 원활히 이루어져 국민들이 육우를 새롭게 인식하기를 바란다.
정덕훈 육우자조금위원회 대의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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