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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막바지에 어렵사리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것은 검찰의 힘 빼기나 경찰의 힘 실어주기가 아니다. 국가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오랜 고민의 결실이다.

그런데 견제와 균형이라는 면에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외형을 보면 엇길로 들어설까봐 걱정된다. 독점적 수사와 정보나 규모의 면 모두에서 경찰이 마치 거대 공룡과도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12만 경찰이 정보독점에 수사독점까지 절대권력화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운용 여하에 따라 과거의 경찰국가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 때문에 해방 이후 지금까지 70여년간 수사권 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았음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모든 우려는 인권문제로 귀결된다. 인권은 시공을 초월하는 가치로 인간이기에 따라붙는 최소한의 불가침적 권리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영어식 표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그동안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이 번번이 좌절된 것도 경찰의 낮은 인권의식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다.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비대화를 막고 인권경찰을 기약하기 위한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자치경찰제도다. 수사권 조정 논의 초기부터 그 전제로 혹은 이와 병행하여 온전한 자치경찰제 도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줄곧 있어온 이유다.

하지만 진행되고 있는 경찰개혁 내용은 자치경찰을 하자고 하면서 오히려 기구가 확대되는 감이 있다. 국무총리 산하의 경찰위원회 논의나 경찰청에 별개의 차관급 기구로 국가수사본부를 두는 방안을 말함이다.

경찰구조를 복잡하게 할 이유가 없다. 국가경찰에서 정보경찰을 삭제하거나 대폭 축소한 후 국가경찰은 국제, 마약, 테러 등 국제적이거나 광역적인 수사가 필요한 것에 한정하고 자치경찰을 지원하는 체제로 바꾸면 된다. 동시에 지방경찰청 이하의 조직은 자치단체장 소속으로 넘겨 지역주민의 통제를 받도록 하면 될 것이다.

2017년 서울시가 발표한 자치경찰 모델이 이런 내용에 가깝다. 국가경찰 소속의 지방경찰청 이하 단위를 모두 자치단체로 이관하여, 주민들로 구성된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시·도 자치경찰청장 및 자치경찰서장 후보를 3배수로 추천하여 시·도지사가 임명하며, 국가경찰 예산을 치안특별교부금으로 전환하여 지역별 치안서비스의 차등문제 및 자치경찰의 처우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모델은 제주식 자치경찰에다 몇 가지를 더 얹어 시행하는 방안이다. 이것은 국가경찰기구를 그대로 둔다는 전제에서 출발함으로써 기존의 특별사법경찰을 확장개업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니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자치경찰을 걱정하는 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지역에 기반을 둔 토호세력의 경찰 장악이나 지방재정 열악을 그 이유로 꼽는다. 앞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이 주민들로 구성된 자치경찰위원회를 통한 자치경찰 수장의 임명이다. 재정문제 또한 현재의 경찰 예산을 치안특별교부금으로 한정하여 활용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국가경찰에 익숙한 이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치안서비스 향상은 물론 그 구성원들의 역할도 훨씬 커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오늘날은 지역주민과의 관계가 대세다.

<최영승 | 대한법무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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