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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3일, 양주 대아산업개발(주)에서 30대 이주노동자인 프레용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회사의 무성의한 태도로 현재도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차가운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사고 원인은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은 이유와 비슷하다. 컨베이어벨트의 비상장치, 방호장치가 없었고, 안전통로는 확보되지 못했다.

2018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주노동자는 136명, 사고자는 7239명이다. 제조·건설업에서 각각 49명, 61명이 사망했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로 승인된 통계일 뿐, 현실을 반영하진 못한다. 가령 어업의 경우 통계상 연도별 사망자는 0 내지 1인이다. 2011~2015년 어업작업안전재해현황을 보면, 연도별 사망자는 118~183명에 이른다. 어업은 어선원안전보험 가입률이 50% 미만에 불과하고, 이주노동자 어업재해율은 6.75%에 달한다. 어업 사망자 상당수가 누락된 것이다. 자살 사망자도 누락돼 있다. 

해마다 2400여명이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그 가운데 10분의 1가량이 이주노동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들은 죽어서도 차별을 받는다.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이주노동자의 재해, 특히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심각성에도 이를 일관되게 분석·대응하는 기관·부서가 없다. 한때 안전보건공단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해 50% 감소를 목표로 ‘외국인근로자 재해 감소대책’을 수립한 바 있지만, 실행은 흐지부지된 듯하다. 건설·제조·어업 3대 업종에 있어 이주노동자의 중대재해 감소를 위한 기구·부서의 수립 및 관련 법·지침·고시 등의 개정이 시급하다.

일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어업 사고는 감독에서 제외돼 있다. ‘선박안전법 적용 사업’에는 산안법 제23조(안전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시행령 및 근로감독관집무규정을 개정해, 근로감독이 어업 분야에도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서비스업, 50인 미만 어업, 5인 미만 사업장에 산안법 제31조(안전보건교육) 적용을 제외하는 규정도 삭제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입국 전 안전에 대한 교육이 부재하고, 입국 후에도 형식적·일률적 교육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교육체계의 대대적 정비도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 및 기초기능 교육시간을 최소 18시간으로 확대해야 한다. 직종별 체험 위주 교육을 통해 현장 안전보건 위험에 대한 인지 능력을 강화하고, 6개월 전 다수 사고의 현실을 반영하여, 배치 후 교육을 통한 위험 및 대응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특히 무엇보다 안전보건 위험에 대한 현실적 대응 방법, 작업중지권, 산업재해신청권 등 권리 인식에 대한 내용 제공이 가장 필요하다. 

이주노동자 고용 시 사용자의 안전교육 수강의무를 부과하고, 사업장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며, 작업환경측정결과서 등 안전보건정보를 배치 전에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도 외국인 취업교육기관 지정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이주노동자로서 현장 경력이 풍부한 사람을 강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안전보건공단 자료의 접근성 부족을 감안, 16개 국가별 위기탈출 앱을 개발해 현장 배치 전에 보급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도 이주노동자 중대재해를 줄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당연히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안전에 있어 차별받지 않을 권리,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 죽으려고 한국에 오는 노동자는 아무도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이주노동자의 재해를 방관하지 말고, 적극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권동희 |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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