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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 용산참사진상규명위 집행위원장


 

지난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증인으로 나온 장향숙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울먹였다. 2010년 12월 초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점거농성을 하던 중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생각나서였다. “‘칠흑같이 어둡다’ ‘춥다’ 그리고 ‘화장실을 갈 수가 없다’(눈물을 참으며 입술을 물었다) 중증장애인분들이었다.” 국가인권위에서 장애인 차별금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장 위원이었지만 이런 사태에 대해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난방도 끊긴 인권위 농성장에서 밤을 새운 뇌병변장애인 우동민씨는 농성 뒤에 급성폐렴을 얻었고, 그리고 한 달 뒤 유명을 달리했다. 이런 사실에 대해서 국가인권위는 난방을 끈 적도 없고, 관리업체가 알아서 한 것이란 거짓해명을 했다가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현병철 인사청문회 지켜보는 용산참사 유족들 (경향신문DB)


 청와대로부터 연임 내정을 받은 현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장은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아들 병역 의혹, 공금 과다 지출 의혹 등등의 추잡한 비리 폭로장이었다. “여성차별이 존재하느냐” “깜둥이” “야만족”이라는 반인권적이고 비상식적인 발언을 대한민국의 인권을 책임지는 국가인권위원회 수장으로서 셀 수 없이 해댔음도 소개됐다. 아마도 현 위원장의 대표 어록은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고 한 발언일 것이다. 2009년 12월,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를 서둘러 폐회하면서 했던 발언이다. 그해 1월에 발생한 용산참사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법원에 의견표명하는 것을 기를 쓰고 막고자 했던 위원장이었는데, 전원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돼버렸다. 용산참사로 철거민들만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고, 살인진압 책임자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으며, 유가족과 종교인, 문화예술인들을 비롯한 시민들은 1년 가까이 용산 남일당 참사 현장을 지키며 정부에 항의하고 있던 중이었다. 위원장이 찬성하면 법원에 의견표명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는 위의 발언을 하고는 회의를 폐회했다. 그럼에도 그런 일이 없었다고 발뺌하자 연합뉴스가 당시의 녹취록을 찾아 공개해버렸다. 이런 일이 한두 건이 아니다. 결국 인권단체들은 위증죄로 현 위원장을 고발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아마도 현 위원장이 국가인권위원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것은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의원인 듯싶다. 그는 “인권위원장은 공권력에 의해서 침해되는 인권사례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아야 하는 자리”라면서 용산참사와 같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외면한 현 위원장은 부적격자라고 평가했다. 청문회에서 언급된 몇 건이 아니라 3년 내내 국가의 인권침해에 대해서 애써 외면하거나 덮어왔다. 그래서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자문위원들이 대거 사임을 하고 국가인권위를 떠났고, 베테랑 조사관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 해지에 항의하는 직원들의 함의행동이 이어졌다. ‘인권유린위원회’라는 오명이 국가인권위에 따라 붙었다.


그는 인권위원장 취임 때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권위와 인권현장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습니다”라면서 “차라리 모르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던 장본인이었다. 스스로 부적격자임을 알고 있음에도 3년간 인권위원장직을 유지해오고, 다시 3년의 임기를 보장받으려 하고 있다. 이 얼마나 염치없는 짓인가.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여론이 아무리 들끓는다 해도 현 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할 것이다. 이걸 막겠다고 박근혜 선거캠프를 인권활동가들이 기습점거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지금의 국가인권위법에서는 불통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비웃음과 조롱거리가 되었지만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 인권에 대한 모독이 이보다 더할 수 없음에도 그걸 보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통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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