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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택배회사 ‘미러클 쿠리어즈’는 직원 중 관리자 4명을 제외한 64명이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2009년 설립한 회사로, 전체 직원의 90% 이상이 장애인 근로자다.

설립자 드루브 라크라는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인도에 돌아온 뒤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청각장애 소년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청각장애인을 고용하기로 결심했다. 인도의 청각장애인이 800만명에 달하지만 자립도가 매우 낮고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도 미흡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후 그는 여러 달 동안 청각장애인의 문화를 체험하고 인도 수화를 배우며 택배회사를 창업했다.

업무 특성상 의사소통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시각적 능력이 뛰어난 청각장애인은 길을 찾는 능력이 우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단순히 청각장애인을 위한 회사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원들이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데도 앞장섰다. 오렌지색 유니폼에 ‘가능성을 배달합니다’라는 표어를 새겨 자존감을 높여준 것이다.

국내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사업장을 만든 회사, 장애인에게 맡길 직무를 개발한 기업, 장애인이 편히 일할 수 있도록 보조공학기기와 편의시설을 마련한 기업 등 장애인과 함께 성장하며 발전을 도모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의 현실은 여전히 척박하다. 법으로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민간기업의 경우 전체 인원의 2.9% 이상을 장애인으로 채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지키지 않는 기업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4월을 ‘장애인고용촉진강조기간’으로 정하고 장애인 고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 우수사례를 나누고 장애인 고용에 기여한 이들을 포상하는 ‘장애인고용촉진대회’가 대표적이다.

올해 장애인고용촉진대회의 주제는 ‘꿈, 날개를 달다’이다. 장애인은 ‘자립’이라는 꿈의 날개를, 사업주는 ‘기업 발전’이라는 꿈의 날개를 달고 함께 도약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는 장애인 고용의 가치를 알아보고 실행에 옮긴 기업이 소개된다. ‘미러클 쿠리어즈’처럼 장애인의 가능성을 보고 그들이 가진 강점을 인정하는 기업들이다. 산업 현장에서 성실히 일하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 장애인 근로자의 사연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일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쓴 유공자들도 만나볼 수 있다. 장애인 근로자와 기업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하듯, 장애인의 가능성과 그들의 강점을 보고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점점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박승규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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