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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기아차 노조가 끝내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했다. 지난 9년간 한 우산 아래 있던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노조 밖으로 내몬 것이다. 노조의 존립 근거인 ‘연대와 상생’의 원칙을 무시하고 비정규직을 내팽개친 ‘정규직 이기주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지난 27~28일 비정규직 노조를 분리하는 내용의 규약 개정안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해 71.7%의 찬성률로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 가입자격은 ‘기아차 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에서 ‘기아차(주)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로 바뀐다. 비정규직은 기아차 노조에 가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아차 노조는 2008년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1사 1노조’ 원칙에 따라 사내하청 분회를 편입시켰다. 정규직·비정규직 통합 노조로 노동계 안팎에서 ‘연대 투쟁의 상징’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기아차 노조가 사측과 합의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특별채용을 놓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 불거졌다. 법원은 1·2심에서 사내하청 노동자 4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기아차 노조는 1049명만 특별채용하기로 사측과 합의했다. 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독자 파업을 벌였고, 기아차 노조는 ‘1사 1노조’ 유지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는 총투표를 강행했다.

올해는 ‘민주노조 쟁취’ 30주년이자 금속노조 설립 10주년이다. 노동자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 올해 노동절을 앞두고 비정규직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한 기아차 노조는 정규직 잇속 챙기기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사회적 책무를 외면한 ‘귀족 노조’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비판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기아차 노조는 총투표 가결 뒤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가 “전국 노동자들에게 절망감을 안겨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는 성명을 내놓은 것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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