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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세 살 소녀가 그린 그림이 우리 돈으로 무려 260만원에 팔렸다. 영국 태생인 이 소녀의 이름은 아이리스 그레이스(Iris Grace)로, 더욱 놀라운 것은 두 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았고, 이후 언어장애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과 소통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던 소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소녀의 아름다운 그림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개인 수집가들에게 판매되기 시작했고,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구매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감능력 부족, 소통 부재, 업무능력 부족 등은 우리가 자폐인들에게 갖는 대표적 편견이다. 하지만 자폐인들에게는 이러한 편견을 뛰어넘는 예술적인 재능이 숨겨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레이스도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놀라운 집중력과 함께 다양한 색을 조합하여 꿈을 꾸는 듯한 풍부한 색채를 보여주는 뛰어난 예술감각을 갖고 있다. 그레이스는 ‘리틀 모네’로 불린다.

국내에도 자폐인의 숨겨진 재능에 날개를 달아 유일무이한 디자이너로 키워주는 기업이 있다. 자폐인 디자이너와 상생을 도모하고 사회적기업의 발전을 고민하는 기업 오티스타이다. 오티스타는 자폐성 장애인의 재능 재활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림을 좋아하고 시각적인 표현능력이 뛰어난 자폐인들에게 디자인 직업을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재능을 통해 경제적 독립은 물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자폐인 디자이너가 그린 그림들은 SK그룹의 각 계열사, 롯데마트, 신세계면세점, 이랜드의 스파오 브랜드 등 여러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책갈피·텀블러·휴대전화 케이스 등 다양한 제품에 담아 소개되고 있다. 그간 오티스타를 거쳐간 자폐인 디자이너는 70여명이다.

자폐인들이 사회와 소통하며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회적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재능이 개발되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각자가 가진 재능과 기술을 선보이는 장애인기능경기대회도 마찬가지다. 올해로 36회를 맞이한 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지역 예선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참가자들이 모여 최고의 기능을 겨루는 자리다. 전북 전주에서 개최되는 올해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는 17개 시·도에서 뽑힌 419명이 참여해 시각디자인, CNC선반, 웹마스터, 제과제빵 등 42개 직종에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장애인 선수들이 마음껏 재능을 선보이길 바란다. 또한 그들의 재능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사회적 인정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회와 발판이 되고, 그들의 성장스토리가 우리의 일상 속에서 회자되기를 희망한다.

<조종란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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