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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 시민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시민은 당장에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주장하나, 그 발언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바른 정치’에 대한 갈망이다. 안전한 대한민국, 공명정대한 대한민국, 만인이 법과 규범 앞에 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대의 민주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니 광장에 나온 시민의 바람과 주장은 정치인을 향하는 것이다. 사실, 정치인들이 제각각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충실했다면 시민이 이 추운 겨울에 광장에 나와 목이 쉬어라 구호를 외칠 일도 없다. 그러나 지금의 이 난국을 그저 정치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나의 영역이 아니라 여겼던 내 탓은 아닌지 돌아봄 직도 하다.

 

일상이 정치이다. 내가 어떤 밥을 먹고 어떤 직장을 다니며 어떤 방송을 보는가 하는 문제가 다 정치와 관련이 있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의 문제도 정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내가 숨 쉬는 공기의 질도 정치의 일이다. 우리 삶 그 자체가 정치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까지 뽑았으니 정치는 그들에게 맡기고 평소엔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정치는 정치인의 것’이라는 의식에서 정치인이 시민의 의지를 무시하고 제 잇속만 챙기는 기회가 만들어진다.

 

제7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높이 8.5m의 촛불 트리가 세워졌다. 서성일 기자

 

정치인의 권력은 본원적인 것이 아니다. 시민의 권력을 맡아 대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여러 시민의 권력을 맡으니 정치인의 권력이 강해 보이며, 이 부분에서 착각들이 발생한다. 시민의 힘으로 정치인을 움직이게 하려면 정치인에게 주어진 권력이 애초 어디에서 온 것인지 되새겨줄 필요가 있다. 그 한 방법이 정치후원금이다.

 

정치에는 돈이 든다. 국가가 지원해주는 것 외에도 많이 필요하다. 누구에게 어떤 돈을 받는가에 따라 정치의 방향은 달라진다. 최악의 경우가 재벌의 검은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짜는 없다. 받았으면 그에 대응하는 그 무엇을 챙겨주게 되어 있다. 그러니 정치권력을 감시하는 방법으로 정치후원금이 유용하다. 정치후원금은 ‘내가 당신에게 돈을 냈으니 당신의 정치활동은 이제 나의 감시 안에 있다’는 신호로 작동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낱낱은 작다 하여도 이를 모으면 크고 강해지는 게 자연의 이치이다. 권력이 그렇다. 시민 낱낱의 권력은 작으나 이를 모아 쥔 정치인의 권력은 크고 강하다. 따라서 감시의 눈도 그만큼 크고 강한 것으로 붙여주어야 한다. 정치후원금은 금액이 많을 필요가 없다. 외려 적은 액수로 수많은 사람들이 후원하였을 때에 감시의 눈이 더 커질 수 있다. 10만원 이하이면 전액 세액공제가 되게 해놓은 것이 감시의 눈을 크게 만들자는 뜻일 것이다. 신용카드에 적립된 포인트로도 정치후원금을 낼 수 있다.

 

촛불은 감시의 불이기도 하다. 각자 시민이 갖고 있는 불은 작으나 광장에 모이면 어마어마한 불덩이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확인했다. 광장에서 일상으로 돌아갈 때에 정치후원금이란 작은 촛불을 그들 앞에 밝혀두면 좋지 않을까 싶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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