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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지 열흘이 지났다.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줄 것을 기대했으나 연일 지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논란이 많은 ‘박근혜표 정책’을 과도하게 밀어붙이는가 하면 대통령급 의전까지 요구하면서 야당과 갈등을 빚고 있다. 시민들은 비상시국에 황 대행 문제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황 대행의 행보를 보면 야당에 일부러 싸움을 거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인사와 정책에서 돌출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유임을 국회와 상의없이 결정하더니 임기가 끝나가는 현명관 마사회장의 후임자 임명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마사회장 임명이 얼마나 급하길래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누가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와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의 변경이 없다고 굳이 공언한 것은 적절치 않다. 대통령 탄핵에 ‘박근혜표 정책’을 중단하라는 뜻이 포함된 만큼 정책 추진을 중단하는 게 옳다. 그런데도 상대국과의 신의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것은 촛불민심을 거스르는 일이다. 상대국조차 정책 추진에 의구심을 드러내는데 우리가 먼저 이행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보수정책을 밀어붙임으로써 보수진영의 대표인물로 부상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국민안전 민관합동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가관인 것은 황 대행이 대통령급 의전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정세균 국회의장을 방문하면서 국회사무처장에게 의사당 밖까지 마중나와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국회는 총리를 넘어서는 의전으로 예우했다. 황 대행은 지난 3월에도 과잉 의전으로 빈축을 샀다. 공식 일정이 없는데도 관용차를 타고 서울역 KTX 열차 탑승장까지 진입하면서 탑승하기 위해 들어오는 시민들을 경호원들이 막아섰다. 이러니 촛불집회에서 퇴진구호가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과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등 난제가 겹쳐 있다. 국회와 힘을 모아도 부족한 이런 판국에 대통령 대행이 야당과 각을 세우는 것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황 대행은 야당이 제안한 국회와 정부 간 협의체 구성에 반대한 뒤 정당대표와 개별 회동을 하자고 역제의했다.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도 거부하고 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도 비판받을 행동이다. 황 대행은 겸허한 태도로 과도기를 이끄는 ‘국정의 관리자’라는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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