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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은 자연재해인가, 인공지진인가. 스위스지진학서비스는 이를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지진이 일어난 위치와 시간, 주요한 메커니즘, 인간 활동과 관련성을 통해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공식 사업단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와 500m 떨어진 곳, 지하 3.2㎞에서 발생했다. 인근에 설치한 계측기에는 6차례의 전진이 관측됐다. 지열발전소와 200여m 떨어진 곳, 땅밑 4㎞ 부근으로 주입정과 생산정 사이로 추정되는 위치다.
지난해 11월15일 오후 규모 5.4의 본진은 얼었던 땅이 녹을 때 발생했다. 올해 2월11일 발생한 규모 4.6의 지진도 추위가 누그러질 무렵 일어났다. 겨울 동안 발생한 대부분의 여진도 물과 얼음의 상태 변화가 활발한 밤과 오전에 발생했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단층 지대로 물을 유입시키면 물이 윤활유 역할을 하여 단층이 쉽게 깨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지질조사국의 과학자들은 빙하가 녹을 때 녹은 얼음의 부피를 측정해 얼음의 감소가 지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밝혔다.
지열발전소에서 물을 주입할 때마다 지진이 일어났고 지난 2년간 63회의 유발 지진이 관측됐다. 본진 당시 현지 주민은 논밭에서 물이 끓으며 솟아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진앙을 중심으로 2~3㎞ 내 100여곳에서 액상화 흔적이 확인됐고 논 흙과 다른 고운 흙이 논바닥 곳곳에 나타났다. 여진이 잦아들던 추세에서 지난해 12월24일 비가 온 다음날 규모 3.5와 2.1로 재발했고 포항 지진으로 동공이 9개가 발견된 이후 40여개가 추가로 발견된 것도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 저수지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민기복 서울대 교수는 주입 기간 동안 지진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대량의 물을 주입한 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주입하는 시기보다 닫은 상태에서 미소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 암석이 응력을 받아 균열이 발생해 체적이 증가하는 현상을 다일레이턴시라고 한다. 다일레이턴시가 발달할수록 물이 균열을 메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증대한다.
수년간 수천t의 액체를 주입한 후 지진이 발생한 미국과 달리 포항은 적은 양의 물을 넣었기에 연관성을 단정지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스위스 바젤 사태 이후 심부지열사업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에 경각심을 갖고 안전규정을 마련했지만 지열발전을 처음 시도한 우리나라는 아무런 규제도 없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정밀조사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열발전 측의 협력이 긴요하다.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연관성을 부인했던 넥스지오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국책사업 주관 기관의 자료 파기와 예산의 전용이 우려되는 만큼 특별 감사가 시급하다.
<이수열 | 포항장흥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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