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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끊임없이 순환한다. 강우 중 일부는 하천으로 흘러들고, 나머지는 땅속으로 침투하여 지하수가 된다. 하천수와 지하수는 바다로 모여 증발하고, 다시 강우가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물순환’이라 한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 및 극한가뭄, 그리고 도시화에 따른 불투수 지표면의 증가는 강우의 편중을 야기한다.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지 못해 하천으로 직접 흘러 들어가는 양이 많아지므로 하천수와 지하수 간 물순환 불균형이 생긴다. 이는 장기적으로 하천수와 지하수의 고갈로 이어져 다양한 물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가뭄의 주원인이 되어 생활·농업·공업 용수의 부족, 건천화 및 도시 열섬현상 등을 유발한다. 세계적 석학 에릭 오르세나는 <물의 미래>에서 향후 물의 희소성이 가중되고, 지역 간 물 문제가 편중되어 국가 간 분쟁까지 야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필자는 하천수와 지하수의 물순환 건전성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지하수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기저유출에 대한 조사·분석이 필요하다. 하천수위와 지하수위의 상관관계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상관성을 정량화해 상황별 대처능력 및 수자원 활용성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물환경 측면의 지하수 영향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 최근 국내외 연구를 통해 기저유출 경로가 하천수질과 부영양화에 영향을 주는 질산성질소 등의 이동경로로 활용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수량뿐만 아니라 수질적 측면에서도 하천 환경의 유지·보존을 위해서는 하천 인접 지역에서의 지하수 영향을 규명해야 한다.

셋째, 하천과 지하수의 물순환에 대한 정량화된 평가지표 개발이 필요하다. 강우의 침투 개선, 우수 저류, 지하공간의 유출 지하수 활용 등 물순환 개선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물순환 취약구간 선정 및 개선 방법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하천과 지하수의 연계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에서 제안한 연구·개발(R&D) 과제의 이행과 함께 연계 관리체계 실현을 위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하천과 지하수의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과감한 R&D 투자와 정책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지구의 물은 우리 몸의 피와 같다. 피가 몸의 구석구석을 건강하게 순환하지 못하면 질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하천과 지하수의 물순환 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로 인간의 삶은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 하천과 지하수를 연계하고, 전문화된 물순환 관리체계 구축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정부 당국의 노력뿐만 아니라 물관리 전문기관 및 관련 학회·협회 등의 역할 확대와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윤성택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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