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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고니 날아오르고, 아이들이 멱감는 한강. 2013년 서울시가 한강자연성회복 기본계획이란 이름으로 제시한 한강의 미래상이다. 그러나 한강은 국가하천이기에 박근혜 정부와의 협력은 불가피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 관광자원화 계획과의 절충으로 2015년 8월 한강협력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여의도 통합선착장 등 한강협력계획의 4대 핵심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를 착착 진행했다. 그러는 동안 서울시의 자연성회복사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런 불균형은 예산 사용만으로도 확인된다.

여의도 통합선착장을 비롯해 여의나루역 인근에서 한강 수변까지 상업·문화 시설을 2020년까지 들이는 이른바 4대 핵심사업은 총사업비가 1896억4000만원. 반면 이촌지구 시범사업 등 자연성회복 사업에는 지난 5년간 306억원을 들였다. 물론 생태복원 사업에 많은 돈을 투자하란 뜻은 아니다.

또한 자연성회복계획의 기본은 물길 복원이다. 2011년 박원순 시장 출범 이후 한강오염 저감을 위해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고, 시민들이 부담하는 하수도 요금은 두 배가 늘었지만 수질 개선 효과는 미미하거나 오히려 악화됐다. 악화된 수질을 개선하려면 수량을 늘려야 한다며 팔당댐 수문만 바라보는 안일한 대응은 지난 시대에나 하던 일이다. 정부는 4대강 보 수문을 열어 모니터링을 하고, 올해 말이면 4대강 보의 활용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4대강 보의 원조 격인 서울 한강의 신곡수중보를 열어 물길을 복원하는 것은 시대의 요청이다.

강을 큰 배가 다니는 인공수로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끝없이 이어졌다. 경인 아라뱃길은 한반도 대운하사업의 시범사업이다. 한반도 대운하사업은 4대강 정비사업으로 바꿔 비극이 시작됐고, 경인 아라뱃길은 이미 실패했으나 한강까지 연결해 만회해보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신곡수중보는 사실상 한강하구의 분단선이다. 한강하구 양안을 감싸는 철책은 신곡수중보 인근에서 시작된다. 남북이 평화로 가는 길에 한강하구의 평화·생태적 활용 방안을 창의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다음 시대를 열어갈 지도자의 몫이다. 서해로 가기 위해 인공수로인 경인운하를 비집고 통과해보려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서울시는 2014년 지방선거 때도 연구용역을 한다며 신곡보 철거에 대한 입장을 보류하더니,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다시 연구용역을 한다며 시민사회의 요구를 뭉개려 들고 있다. 4대강사업이 옳다던 전문가들은 지금도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말 신곡보 철거를 반대하는 전문가들을 불러 신곡수중보 분야별 집중회의를 추진한 것은 시작하기도 전에 결론이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30년 동안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기에 연구용역을 다시 해서 신곡수중보를 철거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반대 측을 설득하고 조율할 몫은 여전히 남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울시의 결단과 의지다. 물론 서울시가 혼자 책임지란 뜻은 아니다. 인천시와 수자원공사는 여전히 한강을 경인운하와 연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후보들이 경제성도, 환경성도 검증되지 않은 개발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시민사회는 이를 우려하여 여러 경로를 통해 여의도 국제무역항 지정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여건이 조성되면 대규모 국제무역항을 조성할 여지를 남겨두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한강협력계획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근혜 정부의 절충으로 시작됐다. 그때는 여러 사정으로 사업 추진이 불가피했을 수 있으나, 지금은 서울시의 의지에 따라 철회할 수도 있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여의도 한강공원에 인공구조물을 더해 논란을 더하기보다, 신곡수중보를 터서 생태 복원과 평화로 가는 물길을 열어젖히길 기대한다.

<선상규 | 서울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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