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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의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대안을 내놓지 않는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미래 세대를 실망시킨다면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오늘날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 탓이 크다. 온실가스는 산업혁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증기에너지의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석탄과 석유의 사용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한 에너지 생산이 보편화됐고,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해왔다. 덕분에 인류의 삶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해졌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도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이를 충당하려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있다. 그렇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면서 이로 인한 기후변화는 폭염, 혹한 같은 자연재난의 형태로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문명의 편리함과 기후변화 예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나는 에너지 혁신을 위한 에너지 특화 공과대학 신설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에너지 혁신이란 효율적인 에너지의 저장과 사용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의 발견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선 에너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을 한데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적 연구시설을 갖추고, 기존엔 할 수 없었던 혁신적 연구에 도전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혁신의 지속적인 동력이 될 고급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결국 에너지 혁신의 주체는 지식 창출과 인재 양성의 요람인 대학이 될 수밖에 없다. 기존 대학보다는 에너지에 특화된 공과대학 신설이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인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미 기존의 많은 대학이 에너지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왔고, 우수한 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늘날 기술혁신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자원을 최대한 집중시키는 게 핵심인데, 기존 종합대학들은 아무래도 특정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뚜렷이 보이고 있다. 기존 대학의 교육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술혁신을 위해선 산업에서 원하는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고급인력의 지속적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교육은 현실과 동떨어진 지식 전달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최근 영국의 진공청소기 디자이너이자 기업가인 제임스 다이슨이 ‘다이슨 기술대학’을 설립해 전문지식과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공학 전문가 양성을 추진한 사례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에너지 혁신의 필요성과 대학의 역할, 기존 대학들의 한계를 모두 고려하면 지금이야말로 한전공대(가칭) 설립의 적기다. 우수 연구인력과 인프라를 집중해 에너지 신기술 개발,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한전공대의 청사진이 현실화할 수만 있다면, 한전공대가 미래 에너지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 초석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발걸음을 막 뗀 한전공대가 급변하는 세계 에너지 산업의 중심에서 활약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앤 웹 | 영국 맨체스터대 공과대학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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