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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광장 앞에서 ‘생명과 평화의 섬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위한 9일 기도를 했습니다. 제주의 ‘생명을 살려달라’는 우리의 기도가 세상 곳곳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100배를 하며, 이제라도 국가의 최고 통치자가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서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모아 매일 기도와 미사를 드렸습니다. 아울러 매일 아침 ‘제주 제2공항 철회’의 뜻을 담아 청와대에 청원서를 접수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은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계신지요? 우리의 기도가 그곳까지 닿고 있는지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고통받는 주민과 함께하자고 맘먹고 강정에 온 지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제 나이도 팔십을 훌쩍 넘어 하루하루를 길 위에서 지내기가 쉽지 않은 노인이 됐습니다. 미약하지만 저는 ‘생명, 평화’의 가치를 위해 마지막 제 삶을 바치기로 했습니다. 생명, 평화가 존중되는 세상은 저의 신앙이며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다시 힘든 몸을 끌고 청와대 앞으로 오게 됐습니다.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이유는 생명과 평화에 반하는 잘못된 국책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길 위의 신부’로 살아오면서 매향리에서 대추리로, 대추리에서 용산 철거 현장으로, 군산에서 제주 강정으로, 다시 제주 제2공항의 현장으로. 삶의 거처를 수없이 옮겨가면서 제가 목격하고 경험한 일입니다. 언제나 사람들이 쫓겨나고, 주민들의 뜻이 배척당하고,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고, 공권력이 주민들에게 모욕을 주고, 국가는 무책임합니다. 소수의 재벌 토건기업들은 이익을 누리고, 힘있는 자들이 생명을 훼손하고, 평화를 빼앗습니다. 제2공항 추진과정 역시 똑같습니다. 제2공항의 타당성이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도민을 찬성과 반대 두 쪽으로 갈라놓고, 반대하는 도민 여론을 묵살하고 있습니다. 권력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출처:경향신문DB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가을에 강정에 와서 주민들에게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주민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그와 똑같은 일이 제2공항 건설과정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무섭습니다. 이대로라면 그 끔찍하고도 괴로운 일이 제주의 성산에서 또 벌어질 테니까요.
노상에서 9일 기도를 드리는 동안 제주도민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을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이는 청와대를 보며 ‘어쩌면 이럴 수 있는가?’ 하는 한탄이 올라옵니다. 국가라는 것은, 정부라는 것은 뭐든 해야겠다고 하면 도저히 바뀔 수 없는 일이 되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환경파괴, 세금 낭비, 주민 간의 갈등을 만들어 놓고도 ‘제2공항 건설’이라는 목적만 달성하면 그뿐이라고 여기는 것인가? 그러니 우리들은 상처가 더 커질 뿐입니다.
거짓으로 밀어가고 있는 제2공항을 막고자 지금 제주비상도민회의 박찬식 상황실장은 단식을 합니다. 제주도에 있어야 할 주민들이 세종로 농성 천막을 지키고 있습니다.그 어떤 권력도 제주의 생명을 파괴하고 삶의 터를 마음대로 할 권한을 가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대통령께 묻고, 또 묻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줄 수는 없는가? 아무리 거짓을 들춰내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가,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진정 제주도민 그리고 국민과 함께할 수는 없는가? 문재인 대통령의 답을 기다립니다.
<문정현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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