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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형철 |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환경부의 존재감이 없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 수 없을뿐더러, 환경기자들조차 환경부를 찾는 일이 드물 정도다. 물론 환경 이슈가 없거나, 상황이 좋아진 건 아니다. 환경부가 ‘자연환경, 생활환경의 보전 및 환경오염방지에 관한 사무(정부조직법 34조)’를 오랫동안 방치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결과다. 


환경부의 일탈은 4대강사업 추진 과정에서 명백히 두드러졌다. 4계절 조사를 원칙으로 하는 환경영향평가를 불과 3개월 만에 끝내는 등 환경 행정의 기본이 되는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나중엔 4대강사업을 하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 주요 협의내용과 환경단체 주장 (경향신문DB)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국립공원, 수변구역 등 법적보호지역의 면적이 줄어든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이명박 정부가 처음이다. 이는 기존 미개발 지역들을 전국적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제동을 걸거나 보호조치가 전혀 없었다는 뜻이다. 하다못해 환경오염 단속조차 허술해졌는데, 폐수 배출이나 매연점검 건수는 물론, 적발률과 행정조치 강도도 현저히 낮아졌다. 


그나마 수질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것은 지난 3년 동안 강수량이 많았고, 특히 봄철 강수량이 풍부했던 탓이다. 하지만 초겨울에도 녹조가 발생하고, 낙동강 하류 주민들의 식수원 불신은 최고조일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8년 세계 9위에서 2010년에 7위까지 올랐고, 국민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이 최고라는 미국보다도 더 많아졌다. 몇 년 동안 한국에서는 환경 정책과 담당 부서가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요즘 환경부의 관심은 전기차 생산지원, 물산업과 4대강사업의 해외진출 지원 등이다. 친환경골프장 인증제도 추진, 개발업체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고객초청 설명회’, 4대강사업의 후속 작업인 4대강 생태축 조성사업(2조5000억원 규모, 수변 조경사업)도 주요 사업이다. 또한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지원에 나서면서 북한산국립공원은 직접 운영할 계획까지 마련한 상태다. 환경부가 환경보존과 보호의 책임을 외면한 채, 환경관련 산업육성부서로 변질된 것이다.


환경부가 이 지경이 된 것은 권력을 탐한 인사들이 환경부를 장악한 탓이 크다. 한반도대운하와 4대강사업의 전도사였던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도 그렇지만, 주요 현안이나 환경부의 방향에 대해 침묵하는 유영숙 현 장관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기껏 “플러그 뽑고 종이컵 안 쓰고… 녹색 생활 나부터 실천을”, ‘친환경패션 인증샷’ 등의 기사에나 등장하는 그는 환경부 장관이 아니라, 환경부 홍보대사를 맡았어야 했다. 차관들과 고위직 공무원 발탁, ‘강을 운하로 만들면, 배가 다녀서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해 ‘스크루 박’이란 별명을 얻은 박석순 교수의 환경과학원장 취임도 환경부가 4대강사업 주역들을 위한 전리품쯤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영숙 현 환경부장관 (경향신문DB)

더 근본적인 문제는 환경부의 정체성 혼란이다. 환경부 일부에서는 예산이 늘어난 것을 두고(2008년 3조516억원, 2012년 5조1515억원) 부서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개발사업과 4대강사업의 후속조치로 하수처리시설이 늘어나고, 전기차 개발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우리의 환경이 어떻게 살아난다는 것인가? 건설과 기업을 위한 부서에 환경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이 정도의 일을 위해 정말 장관까지 두어야 하나. 


환경부 폐지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익집단으로 변질된 환경부는 해체되어야 한다. 미국의 EPA(환경청)는 예산과 인력이 아니라, 규제와 보전에 대한 확고한 자기 위상과 역할에 근거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권력과 권세를 위해 감시와 견제의 짐을 내려놓은 한국의 환경부는 그 존재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6월5일 환경의 날. 화려한 기념식에서는 수많은 훈장과 표창들이 뿌려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향연일 뿐, 그것이 환경부의 존재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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