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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훈 건축가



나라를 위해 희생한 개인을 국가가 기억하고 배려하는 것은 지극히 아름답고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일은 올곧게 지속해야 하며, 관련 시설의 필요에 대비하고 유지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립묘지 관리에 땀 흘리는 일꾼들께 박수! 그리고 절! 


현충원이 비좁아 모실 수 없는 국가유공자를 위해 마련한 국립묘지 중 하나인 국립이천호국원엘 갔다. 묘역별로 야외벽면 납골당 형식을 갖추었는데 줄 맞추어 여러 단으로 모시고 있더라. 좁은 면적에 여러분을 모시는 데 효과적인 고밀도 납골방식, 말하자면 납골 아파트다. 세상이 변하면 안장하는 방식도 바뀐다. 아니 삶의 방식이 바뀌니 죽음을 기리는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그렇다, 삶과 죽음은 별개가 아니라 그렇게 붙어 있고 이어지는 것이다. 죽음도 삶처럼 당연하고 지극한 일이다.



자연스러운 죽음이 어디 혐오할 일이겠는가. 그러니 도시에도 꼭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시설만 갖출 것이 아니라 죽음과 관련된 시설이 있어도 괜찮겠다. 아니, 죽은 자를 위한 시설이야말로 살아 있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 아닌가. 도시 한가운데 장묘시설(납골당이나 공동묘지)이 있다면 우리는 늘 죽음을 지켜보며 오늘을 되짚고 곱씹을 것이다. 당장 사는 것만 다투지 않고 죽음까지도 보듬고 살피는 도시가 진정 사라지지 않을 삶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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