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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속으로 2018년 설립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의혹이 제기되는 군인의 사망사고에 대해 진정이 접수되면 이에 대해 조사해 진상을 밝히고 국방부에 필요한 요청을 하는 기구로서 내년 9월13일까지 활동한다. 작년 7월부터 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위원회는 남은 활동기간 동안 사건을 잘 조사해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유족의 억울함과 망인의 한을 풀어드리고자 한다.

위원회는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군이 제대로 예우하지 않은 안타까운 죽음을 수시로 만나게 된다. 군에서 책임을 져야 하고 순직으로 예우해야 할 죽음이건만 일반사망으로 처리된 분들이다. 그때마다 위원회가 직권조사를 개시하고 있으나, 그 범위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행여 조사 개시만 하고 10개월밖에 남지 않은 활동기간 동안에 결과를 알려드리지 못하는 것은 유족을 괜히 희망고문하는 것이 되기에 시작하길 주저하게 된다. 그렇다고 그분들의 죽음이 그렇게 방치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군이 먼저 재조사해 적절하게 예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에 의한 조사가 신뢰를 확실히 얻어야 한다는 게 전제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군의 조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리 높지 않다. 군이 폐쇄적이었던 데다 군의 지휘권에 의해 사건 조사가 왜곡되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아직도 존재한다. 

자해사망이라 해도 그것이 부대적 요인에 의한 것이면 순직으로 분류하는 제도가 본격 도입된 지도 7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군이 이러한 재분류 작업을 한 적은 없다. 그저 군이 책임지라고 항의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잠재우면 될 뿐이라는 생각인지, 잠정적인 기간 동안만 활동하는 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진정을 제기하는 사건에 대해서만 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라 재심사하겠다는 것이 군과 국방부의 입장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순직으로 분류되지 않은 자해사망 사건이 1만3000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위원회에 진정이 제기된 것은 900여건에 불과하다. 이러한 자해사망은 지금의 기준으로는 거의 다 순직으로 분류해야 할 사건일 텐데, 군은 유족이 적극적으로 사망 구분의 변경을 요청해야 움직이는 셈이다. 

나라도 군도 가난했던 1950~1960년대에 군이 벌인 이른바 ‘후생사업’이라는 돈벌이에 동원되어 일하다 사망한 경우도 대부분 변사로 방치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사병들은 벌목해서 땔감이나 목재로 팔거나 숯을 구워 팔기도 하고 약초를 캐서 파는 데 동원되기도 했다. 심지어 월 2만~3만환을 부대에 내는 조건으로 ‘후생사업’을 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돈이 있는 사람에게는 부대 밖에서 편하게 생활하는 것이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고된 노동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집의 전답을 팔기도 하고 친구에게 폐를 끼치기도 했다는 얘기가 국회 정기회의에서도 오갔다. 

법령에도 위반되고 정부도 금지하는 사업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적절하게 처리되었을 리도 만무하다. 5년이 넘는 장기복무를 강제당하다 사망하기도 했다. 분명히 못 먹어서 생겼을 ‘영양불급병’으로 사망한 분도 아무런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내년 9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역사적 소임을 마치고 해산된다. 그러나 이 위원회가 수행해온 기능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제는 국방부나 군으로부터 독립된 군인 사망사고 조사를 위한 기구 설치에 관해 고민할 때이다. 유족이 항의하지 않으면 방치되어도 되는 죽음은 없다. 항의할 유족조차 없는 죽음은 더욱 안타깝다. 억울하게 흘린 피가 땅에서 아우성치고 있지 않은가.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대해 우리는 마땅한 예우를 해야 한다. 일반사망으로 분류된 군인의 죽음이 4만건에 가까우니 이 기구는 상설조직이 적당할 것이다. 독립된 군인권보호관이 이 기능을 맡아도 좋을 것이다.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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