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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30일 새벽 6시, 주요국 통화 긴축과 영국발 금융 불안 등 좋지 않은 여건 속에 얼어붙어 있던 우리 국채시장에 낭보가 들려왔다. 세계국채지수(WGBI) 관찰대상국에 한국이 처음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WGBI는 23개 주요 선진국 국채들로 구성된 세계 최대 채권지수로 추종자금 규모만 2조5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날 시장은 큰 폭의 금리 하락으로 관찰대상국 등재 소식을 반겼다.
관찰대상국 지정은 지수 산출 기관인 FTSE 러셀(Russell)이 보기에 향후 한국의 WGBI 편입 가능성이 높아 공식 편입 절차를 개시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종적인 WGBI 편입 여부는 제도 개선 성과와 글로벌 투자자의 평가를 바탕으로 이르면 내년 3월 또는 9월경 이루어질 전망이다.
WGBI 편입은 국제적으로 채권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하며 아울러 WGBI를 추종하는 2조5000억달러 자금의 투자 대상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우리 국채시장에 대한 신규 외국인 투자 유입 규모가 총 60조~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현재 외국인 국채 보유액 약 190조원의 40% 수준에 해당하는 큰 규모이다.
이러한 자금 유입은 국채 금리 하락을 유발함으로써 우리 국채가 신인도가 유사한 국가들보다 높은 이자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이른바 원화채권 디스카운트를 극복하는 전기가 되는 한편, 국채 이자 비용을 연간 5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가량 절감하는 재정편익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관찰대상국 지정만으로도 향후 한국 국채 가치 상승을 예상한 자금이 미리 유입되면서 이러한 WGBI 편입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관찰대상국 등재는 국채시장 선진화를 위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의 결과였다. WGBI 편입을 위해서는 3가지 요건의 충족이 필요하다. FTSE 러셀의 시장 접근성 평가(레벨2), 신용등급(S&P 기준 A- 이상), 국채 발행 잔액(500억달러 이상) 세 가지인데, 한국은 이 중 시장 접근성 평가만 미충족인 상황이었다.
시장 접근성의 개선을 위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등의 협업, 예탁결제원, 한국투자공사(KIC) 등의 지원 등 정부와 민간을 망라한 국채시장 선진화 조치를 강력히 추진함과 동시에 FTSE 러셀과 외국계 국채 투자기관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제도 개선 내용과 추가적 개선 의지에 대한 설명을 병행했다.
특히 시장 접근성 개선의 핵심 과제로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비과세를 이번 정부 세법개정안에 반영했다. 외국인의 국채 투자 소득 비과세는 WGBI 편입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비과세 조치는 그 자체의 비용 감소 효과와 더불어 과세에 수반되는 복잡한 절차와 비용의 절감을 의미하므로 선진국들은 국채 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필수적 요인으로 간주한다.
그 밖에도 국제예탁결제기구(ICSD)를 통한 국채 거래 활성화와 외환시장 선진화 등의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FTSE 러셀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글로벌 투자자의 체감도 개선을 위해 투자기관 간담회와 해외 투자 설명회 등도 개최하여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을 적극 설명해 왔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관찰대상국 등재에는 성공했으나, WGBI 실제 편입을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제도 개선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고 실제 투자자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에 제출된 세법개정안의 통과가 관건이다. 정부는 세법 시행의 효과를 앞당기기 위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달 17일부터 영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본격적인 외국인 자금 유입을 위해서는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신속히 WGBI에 편입할 수 있도록 개정 세법의 시행과 연관된 제도 개선에 만전을 다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미 발표한 제도 개선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와의 소통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WGBI 편입이라는 국채시장의 새로운 기회를 적기에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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