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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도서관, 평생학습관, 문화센터 등 교육기관마다 중장년층이 넘친다. 가끔씩 이런 기관에서 특강을 하다 보면 쏟아지는 많은 질문에서 중장년층의 현실적 고민과 욕구들을 직시하게 된다. 이들은 뭔가 끊임없이 배우는 데도 공허하다고 얘기하는가 하면, 사회 공헌에 대한 의지는 가득하지만 한편으로는 적당한 돈도 벌고 싶다고 한다.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적당히 벌면서 의미 있게 잘 살 수 있을까?’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적당히’의 기준은 각각 다르겠지만, 오랫동안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적당히 벌고 잘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학습·경험·관계맺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핵심은 ‘새롭다’인데, 이 단순하고 뻔해 보이는 말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지금까지 익숙했던 방식, 습관, 사고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50세 이후의 삶을 수영으로 비유하자면 실내 수영장에서만 수영하던 사람이 이제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수영을 새롭게 익혀야 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발상의 전환과 훈련이 필요하다.

왜 많은 강의를 듣는데도 채워지지 않을까?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정광필 학장(서울50+인생 학교)이 말한 ‘교육당하지 말자’ ‘배움은 매뉴얼로 되지 않는다’의 숨은 메시지를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서로 배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학습 커뮤니티부터 만들 것을 추천한다. 이런 작은 도전은 지금까지 학연, 혈연, 지연으로만 맺어왔던 관계망을 확장시키고, 더 큰 경험과 기회로 연결되기도 한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되기도 하고, 교육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 커뮤니티가 성장하여 소득과 보람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꽤 괜찮은 일자리로 자리매김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취업이 급한 사람일지라도 길어진 노후를 위해 마치 보험을 들어 놓듯 새로운 경험과 관계 맺기에 일정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현장에서 만났던 많은 50플러스 세대들의 성장과 좌절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어디에 살든, 경력이 많든 적든 그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친 자신감, 조급함, 소통 등 마인드와 태도가 더 걸림돌이었다. 작은 거 하나 시작할 때도 가성비부터 따지고, 성취가 없을 것 같은 일은 아예 시작도 안 하고, 좋아 보이는 것에 휩쓸려 다니고, 푼돈에 연연해 체면을 구기고, 자신의 스펙을 알아봐 주지 않는 현실에 분노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주민자치위원 선거에 나갔는데, 두 번이나 떨어졌다’ ‘자원봉사 자리 구하는 것도 왜 이렇게 어렵냐’ 이런 하소연을 하는 분들께 반문하고 싶다. 당신은 그것을 위해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셨습니까?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문화·섹터로의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초보로서 겪는 시행착오와 답답함은 피해 갈 수 없다.

만고의 진리, 꾸준함·항상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고 늘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함께’ 집단적 노력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나부터 주문을 외우듯 다짐해 본다. ‘함께 적당히 벌고 잘 살기! 그리고 삶의 의외성에 관대해지기!

<남경아 <50플러스세대> 저자>

 

 

연재 | 인생+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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