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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내 원자력계, 일부 언론 및 야당 정치인들의 반발이 필사적이다. 이들의 주장 중 하나가 원자력은 수출산업이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현재 추진 중인 원전 수출사업을 막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2009년 한국전력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경수로 4기 원전을 수주한 것을 들먹이며, 원자력이 미래 먹거리임을 강조하고 있다.         

UAE 사업으로 4기 원전 건설 수주액 약 21조원에다 60년간 원전 위탁운영 계약액 약 56조원을 벌어들인다고 자랑하고 있다. 과연 UAE 원전 수출은 한전이 자랑하듯 장밋빛 전망만 있는 꿈의 사업일까?

2017년 7월12일자 뉴스1에 의하면 올해 5월 준공 예정이었던 UAE 1호기의 운전이 연기되면서, 이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한전을 상대로 소송액 약 5000억원의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원전 건설 공기 연장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은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재난의 결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140만㎾급 경수로 4기가 전부 완공되는 2020년 UAE 원전은 이 나라 총 전력공급의 25%를 차지할 예정이다. 1기 원전이 UAE 전력생산의 약 6%를 담당하는 꼴이다. 경수로 원전은 핵연료 교체, 주요 기기와 계통에 대한 점검 및 정비 수행을 위해 보통 1년 반 운전 후 약 2개월간 정지한다.

그런데 멀쩡히 운전되던 원전이 갑자기 정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난 5일 울진의 한울원전 5호기가 냉각 계통 이상으로 가동이 정지되었다.       

SBS 뉴스에 의하면 “원자로 안에 설치된 원자로 냉각재 펌프 4대 가운데 2대가 멈춰 자동으로 원자로가 정지됐다”고 한다. 이러한 원자로 불시 정지 현상을 ‘트립’이라고 하며, 이는 원자로 보호 차원에서 냉각수 계통의 압력 및 온도 변화, 펌프의 오동작 신호,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 신호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일어난다.

UAE 원전 1기가 정기점검을 받는 중 사이버 범죄를 포함하여 원인 모를 이유로 나머지 2~3기의 원전이 비슷한 시간대에 트립되었다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불시 정지한 원자로는 노심 특성과 안전점검 문제로 수일간 재가동을 못한다. 원전 3~4기의 발전용량, 즉 UAE 총 전력의 18~25%가 사라진 아부다비 서쪽 약 270㎞ 바라카(Barakah) 지역을 중심으로 정전이 도미노로 UAE 전국에 퍼져, 국가적 대정전(블랙아웃·blackout)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주변 국가들과 전력망이 연계되었을 경우, 이웃 국가의 전력망에도 치명타를 가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2003년 8월 뉴욕 등 미국 동북부와 캐나다 일부 지역에 발생한 블랙아웃은 5000만명 이상을 3일간 암흑 속에 살게 했고, 7조원 가까운 손실을 입혔다. 주변에서 전력공급이 가능했던 2003년 미 동북부의 블랙아웃은 다행히 3일 만에 해결되었지만, 주변에서 전력공급을 받을 수 없으면 블랙아웃은 일주일 이상도 갈 수 있다 한다.

일일 국내 총생산이 1조원이 넘는 UAE가 3~4기 원전 트립으로 발생한 블랙아웃으로 겪을 국가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누구 책임인가?       

만약 60년의 원전 위탁운영 기간 중 체르노빌 사고, 후쿠시마 사고 또는 그와 다른 형태의 원전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한전은 절대 아니길 바란다.

강정민 | 미국 천연자원방어위원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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