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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곤 산업부 기자



원자력 안전·규제와 원전 산업 진흥을 담당할 정부조직 개편을 앞두고 과학기술연구노조 등 원전업계의 자가당착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원자력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원자력 규제정책이 약화될 것을 우려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원전의 안전·규제와 진흥 기능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권고가 무시됐다고 비판하고 나섰지만 원전업계는 오히려 반색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됐다.


그린피스 삼척 원전 신문고 (경향신문DB)


그런데 지난달 30일 새누리당이 원자력 연구·개발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기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원전업계의 분위기는 급변했다. 관련업계가 잇따라 성명을 내고 “원안위는 독립기관으로 남아야 한다”며 정부 비판에 나선 것이다. 원안위를 미래창조과학부로 편입한 것은 인수위의 무능한 판단이라는 등 원색적인 비난도 동원했다.


원전업계가 뒤늦게 원자력 규제기관 독립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실상은 막대한 원자력 연구기금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특권적 지위를 인정받던 원전 기술연구가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되면 경쟁체제로 전환된다. 에너지산업을 연구하는 한 교수는 기자에게 “원전 기술도 에너지 기술 중 하나인데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특별한 취급을 받아왔다. 산업통상자원부로 기능이 이관되면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등 다른 에너지 기술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막대한 기금을 지원받던 데서 기금이 대폭 축소·통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원전업계의 반발은 원자력 안전보다는 내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이들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정부가 아무리 원전 안전 강화와 규제에 나선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하는 것은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몫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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