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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가 13일 댄 베이커 수석편집국장 이름으로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자사 기자들의 트위터·페이스북 사용 안내다. 핵심 사항 첫째는 다음과 같다. “우리 기자들은 당파적 의견을 표현하거나 정치적 관점을 고취하고,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뉴욕타임스의 명성을 깎아먹는 어떠한 공격적인 코멘트를 해선 안된다. 뉴욕타임스가 객관적으로 다루려는 이슈를 두고 한쪽 편을 드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다. 언론인 E P 데이비스가 “기자들은 개인 의견이나 언론사 의견을 말하는 것이 예외적인 경우를 빼곤 불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게 1884년이다. ‘기자 개인’ 의견 표명 자제는 저널리즘의 오랜 원칙 중 하나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디지털 저널리즘’에서 기자와 소셜미디어는 논쟁적인 사안이다. 언론사들은 독려하든가 자제시키든가, 또는 둘을 조합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다. 뉴욕타임스가 ‘제한 사항’을 늘린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건 왜일까? 가이드라인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리 기자들과 에디터들의 트윗은, 비록 트럼프 담당이 아니더라도, 뉴욕타임스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썼다. 베이커가 가이드라인 발표 전날 조지워싱턴대 포럼에서 한 발언에선 더 구체적인 이유가 나온다. 폴리티코는 베이커가 “뉴욕타임스 기자는 그들이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절대로 소셜미디어에 말해서는 안된다. 신문의 (비판 보도) 동기가 대통령에 대한 ‘벤데타’(vendetta·보복)가 아니라 ‘건전한 저널리즘’이라는 점을 대중에게 분명히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맹렬한 비판 보도’를 이어가는 뉴욕타임스는 몇몇 기자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이 팩트에 근거한 비판 보도나 불편부당 원칙에 흠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뉴욕타임스를 ‘가짜뉴스’를 만드는 곳이라고 여러 차례 비난한 트럼프에게 빌미를 주지 않으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가이드라인은 뉴미디어와 저널리즘, 표현 자유, 독자 소통, 권력 비판, 진보·보수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보수 쪽은 공격했다. 미디어리서치 센터 부회장 댄 게이너는 “트위터가 생긴 지 10년이 되었는데 뉴욕타임스는 이제야 직원들이 멍청하고 좌파적인 것들을 트윗한다는 걸 깨달았나”라고 했다. 보수매체 폭스뉴스가 대표로 지목한 기자는 백악관 담당 글렌 트러시다. 이 매체가 문제 삼은 트윗 하나는 “당신은 인종주의자, 반유태주의자, 백인우월주의자와 거리 두기를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상관과 계속 일할 것인가”다.

‘편향’과 ‘정치 의견’의 기준이 무엇인지 되묻는 의견이 나온다. 진보 성향의 트위터 이용자는 “기후변화, 편견, 불법이민자 말살에 어떻게 ‘한쪽 편’을 들지 않을 수 있나”라며 비판한다.

나는 KBS·MBC 노조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 차별금지법 제정도 찬성한다. 둘 다 ‘정치 의견’이다. 한국 사회 한쪽에선 ‘편향’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칼럼에 밝히는 것은 괜찮고, SNS에 글을 올리면 안되는 것일까? 한편으론, SNS를 ‘눈팅’만 하고 글을 올리지 않게 된 건 내 의견과 경향신문의 입장을 동일시하는 시선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경향신문 소속이라 팔로한 이들에게 ‘SNS 글은 개인 의견이니 회사 입장과는 무관합니다’라며 무작정 편의를 봐달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소속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SNS를 한다면 마땅히 감당해야 할 것들이 있다.

SNS에 다시 글을 올린다면 뉴욕타임스의 가이드라인의 16가지 핵심 사항 중 다음을 새기려 한다. “소셜미디어 독자들을 항상 존중하라. 독자의 기사·포스트에 관한 질문이나 비판에 응답하려 한다면, 사려 깊게 하라.”

<모바일팀 김종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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