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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로부터는 배신자, 보수로부터는 뭔가 미덥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그가 본격적인 ‘거위(대권)의 꿈’ 실현에 나섰다.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참패한 뒤 비교적 조용한 보폭을 보이던 그가 이번에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등장함으로써 “나의 목표는 대권이다”라는 야심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다.

김문수 위원장의 경력은 국회의원 3번, 경기도지사 2번 등 화려하다. 하지만 그가 정치권에 들어서기 전의 경력도 그에 못지않게 무게감이 있다. 1971년 전국학생시위로 제적,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국장,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 서울노동운동연합 지도위원, 1987년 구속, 민중당 후보로 14대 총선 출마 등 노동운동 대부 격의 이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김문수 위원장은 민중당의 정치실험이 실패로 끝나자, 바로 보수정당으로 말을 갈아탄다. 1996년 신한국당에서 공천을 받아 부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이후 김문수의 정치행보는 어떻게 하면 보수 측의 신뢰를 받을 것인가에 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1996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 때 한나라당 의원으로 버젓이 자리를 지켰고, 친미와 반공, 친기업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광화문에 세워야 할 동상은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박정희 등 역대 대통령이다”라는 내용의 칼럼을 쓰기도 했고, 최근 경기도지사직을 그만둔 후에는 새누리당의 지역기반인 대구에 내려가 정치활동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정치인 김문수는 확실하게 보수 측에서 눈도장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 “분명하게 U턴해라” “수도권 정치인이지 대구·경북 지역을 대표하지는 않는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김문수는 “나의 대권가도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보수 측으로부터 확실한 신뢰를 받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의 과거 운동권 경력은 지금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도 과거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몸을 바친 사람이다”라는 정도의 이미지, 대권후보로서는 결코 나쁘지 않은 정치적 이미지 수준으로만 활용하려는 것은 아닐까.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는 6일 여의도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첫 번째 혁신안건으로 국회의원 체포동의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회의에 앞서 김문수위원장(오른쪽에서 3번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 권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미지 변신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자신의 정치철학과 우리 사회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돼야 할 텐데, 보수혁신이라는 타이틀은 뭔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력한 야당과 고개 숙여 바짝 엎드려 있는 집권여당 탓에 박근혜 대통령의 독주와 독선이 국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고, 개혁과 복지, 경제민주화는 선거 때 표몰이용 거짓 구호였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갈등과 대립은 첨예한데, 정당은 그 정치적 협력, 화합의 기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 새누리당의 보수혁신특별위원회, 김무성과 김문수의 권력 나눠먹기 기구가 아니라 뭔가 성과를 내려면, 보수와 진보의 가운데 길, 중도라도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중도라는 것도 애매하다. 어떤 경우에는 보수, 어떤 경우에는 진보는 사실상 기회주의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공자의 어록을 모아 지었다고 하는 <중용>에서는 중화(中和)의 개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중화, 중도의 개념은 단순히 양적 가운데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고 조화롭게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중화, 중도의 개념은 매우 포용적이고 화합적인 사상이 그 기저를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 바로 균형과 조화로움이다. 보수와 진보 사이, 보수와 혁신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며 이미지 변신만을 꾀하는 정략이 아니라, 한 개인의 권력욕망이 아니라, 군자의 대덕이 필요하다.


유용화 | 시사평론가·동국대 대외교류硏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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