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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에볼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 내 첫 에볼라 환자를 진료하던 간호사가 12일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자 미 보건당국은 물론 미국인들 사이에서 에볼라 확산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한다. 이 여성 간호사가 가운과 장갑,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완벽하게 갖춘 상태에서 환자를 치료했음에도 에볼라에 감염된 것이어서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는 듯하다. 앞서 지난 9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톰 프리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 등이 모인 회의에서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 에볼라 창궐은 에이즈 출현 이후 최대 도전 과제라고 규정하고, 그동안 에볼라 확산과 같은 경우는 에이즈밖에 없었으며, 에볼라가 제2의 에이즈가 되지 않도록 지금 나서야 한다고 전 세계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는 8일 현재 전 세계 7개국에서 에볼라 확진·의심 환자가 총 8339명, 사망자는 4033명에 달한다면서 1976년 현재의 콩고민주공화국 지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확인된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유엔의 에볼라 대책 조정관인 데이비드 나바로 특사는 유엔총회에서 “에볼라 감염자가 3~4주마다 2배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에볼라가 강타한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전 세계적 지원이 없으면 에볼라를 신속히 통제하기 불가능해 세계는 영원히 에볼라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유럽 등은 이미 에볼라 공포에 휩싸였으며 마케도니아와 체코, 호주, 브라질 등에서도 에볼라 의심환자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2명의 아프리카인이 공항 입국과정에서 고열 증상으로 격리조치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과 대책을 보면 에볼라는 그 어떤 감염병보다 공중보건학적으로 위기상황을 초래하는 질병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에볼라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나 침팬지, 과일박쥐의 피에 노출되거나, 감염된 동물이 오염시킨 과일 등을 섭취했을 때와 사람 간에는 바이러스 감염자의 체액과 분비물, 혈액 등과 직접 접촉할 때 전염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자연 발생적으로 에볼라 환자가 발생할 수 없다. 다만 외국의 감염 환자가 국내 입국 시 검역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할 때 에볼라 환자가 국내에 유입, 발생,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보건요원들이 에볼라에 감염된 저널리스트 아쇼카 묵포를 주립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_ AP연합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에볼라 환자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위험지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한 철저한 검역강화, 체류기간 건강상태 모니터링 및 실제 상황에 대비한 환자 및 검체에 대한 이송, 격리 및 치료, 출국 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격리병원의 의료진에 대한 완벽한 보호조치는 미국 내 의료진의 에볼라 감염 사례를 보더라도 대단히 중요하다. 의료진에 대한 철저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져야 에볼라 환자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공중보건위기 상황에 언제든 동참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 역학조사관 인력 확충과 신종 및 재출현 감염병 대응 치료제와 백신개발, 보다 완벽한 격리 치료시설 및 진단시설 구축 등 선진국형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재난사고인 세월호 사태의 아픔을 기억하면서 향후 국가적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는 감염병 분야에서의 대응체계를 굳건히 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보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하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전병율 |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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