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경하는 학부모님,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세계 최고의 공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교육감에 출마합니다. 돈키호테 같다고요? 허튼소리가 아닙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발표합니다. 가장 최근 통계는 2018년 것입니다. 한국은 1인당 GDP 대비로는 1위이며 절대액으로는 8위입니다. 그런데 2위부터 8위까지는 격차가 작습니다. 한국의 1인당 공교육비는 매년 10%씩 늘어 OECD 국가 중 가장 증가율이 높습니다. 그래서 2022년 시점이면 절대액으로도 한국이 2위일 것이고 조만간 1위가 될 것입니다.
학부모 여러분 놀라셨습니까? 우리의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상상이 안 되겠지요. 지금 자녀가 처한 교육현실을 보더라도 믿기지 않겠지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재정은 세계 최고로 투입됩니다. 제공되는 교육의 질이 안 좋을 뿐입니다.
우리의 국가재정 총규모는 다른 국가에 비해 작습니다. 유독 학생 1인당 공교육비만 세계 최고입니다. 왜 그럴까요? 낮은 출생률 탓에 학생 수는 매년 빠르게 감소합니다. 반면 초·중·고 교육재정은 국세와 지방세의 일정 비율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학생 수는 감소하는데 교육재정은 늘어나니, 1인당 공교육비는 급격히 증가합니다. 교육재정이 세금의 일정 비율로 고정된 것은 오래전 일입니다. 나라는 가난해도 아이들 교육에 쓸 돈만큼은 우선 마련하겠다는 의지에서 그랬습니다.
혹자는 초·중·고 교육예산이 너무 많으니 이를 줄여서 다른 데 쓰자고 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명색이 교육감 되겠다는 사람이 아이들 교육비 삭감을 지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달리 생각합니다. 교육은 나라의 동량을 길러내는 일입니다.
학교는 성년이 될 때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세계 최고인 것이 왜 문제입니까? 자랑해야 할 일입니다. 문제는 제공되는 교육의 질이 투입되는 돈에 훨씬 못 미친다는 데 있습니다. 흔히 핀란드 교육을 이상적으로 꼽습니다. 학업 성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면서(사교육이 없는데도 그렇습니다), 뒤처진 아이들이 매우 적습니다(학생들 간 격차가 가장 작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해합니다. 그런데 핀란드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우리보다 적습니다.
저는 분노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는데도 우리의 초·중·고 교육은 왜 이럴까요? 대체 초·중·고 교육당국은 그 많은 돈으로 무엇을 했을까요? 학부모님들은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운동장이 자주 갈아엎어지고 담벼락이 종종 새로 꾸며지고, 교육 기자재가 빠르게 교체되는 걸 아시는지요?
제가 교육감이 되면 풍부한 재원을 오로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하겠습니다. 돈이 넘친다고 방만해지지 않겠습니다. 불요불급한 데는 한 푼도 안 쓰고, 오직 우리 아이들에게 세계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는 데 사용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예산제약이 풀린다면 어디에 돈을 쓰겠습니까? 저는 다음과 같은 곳에 쓰겠습니다.
첫째, 대학입시에서 출발선 격차를 대폭 줄이겠습니다. 대학입시는 대다수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입니다. 아픈 현실이지만 얼마나 좋은 사교육을 받느냐가 대입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사교육이 유발하는 출발선 격차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대폭 완화할 수는 있습니다. 양질의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모든 학생에게, 그에 버금가는 보충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겠습니다. 원하는 모든 학생에게 메가○○○의 모든 강의 수강권과 교재를 제공하겠습니다. 1학년 때부터 학업 컨설팅을 시작해서 대입 때까지 계속 케어하겠습니다. 뒤처지는 학생에게는 전담교사를 붙여서 맞춤 교육을 제공하겠습니다.
둘째, 원하는 모든 학생에게 최고의 예체능 교육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영, 테니스, 펜싱, 바이올린, 발레, 거문고 등등. 힙합을 배우기 원하는 학생에게는 힙합 교육을 제공하겠습니다.
셋째, 최고의 급식을 제공하겠습니다. 지금도 학교 급식의 질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월등한 급식을 제공하겠습니다. 예전에 어느 고등학교 영양사가 급식으로 랍스터를 제공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영양사는 정해진 급식비로 랍스터를 제공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랍스터를 제공하지 않는 다른 학교 영양사들은 의문의 일패를 당했습니다. 저는 급식비를 올려서 가끔은 랍스터 같은 별식을 당연히 먹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음식 가짓수를 늘려서 선택이 가능하도록, 채식주의자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특성화고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겠습니다. 직업계 고등학교인 특성화고에는 전체 고등학생의 15%가 다닙니다. 특성화고는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통해 우수한 기술·인재를 키우고 좋은 일자리로의 취업을 지원하는 학교”로 정의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저는 최첨단의 안전하고 쾌적한 실습환경을 갖추고,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가 가르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많은 중학생에게 특성화고가 선망하는 진로가 되게 만들겠습니다.
그밖에도 많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생략합니다. 대신 꼭 하나 추가할 것이 있습니다. 교육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낱낱이 공개하겠습니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운동장 뒤엎고 담벼락 수리하는 데 얼마를 쓰고, 예체능 교육에는 얼마나 쓰고 결과는 무엇인지 빠짐없이 알려드리고, 다른 학교와 비교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 시스템은 갖춰져 있습니다.
상상해 봅시다. 우리 아이들이 세계 최고의 공교육을 누리는 모습을. 재원은 충분합니다. 제가 먼저 시작하고 여러분이 호응해 주시면, 다른 교육감들도 따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를 뽑아주시면 전혀 다른 대한민국 교육이 펼쳐질 것입니다.
사족. 6월 1일 교육감 선거가 있다. 이런 출마선언을 하는 후보라면 무조건 찍을 텐데….
김태일 고려대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